데이터 접근 제한부터 표준화 시스템 미비 ‘이중고’
"제약·AI 아우를 수 있는 융합 인력 양성 투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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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김민지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AI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AI 신약 경쟁력이 저조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데이터 수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AI 전문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AI 활용 신약은 데이터에서 도출되는 만큼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고 제약과 AI를 아우를 수 있는 융합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가 발행한 ‘인공지능(AI) 활용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9년간 이 분야 투자액은 27배 급증했으며, 지난해까지 603억 달러의 금액이 AI 신약개발에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신약개발은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다.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투입되고 개발 기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를 이용할 경우 실험이 아닌 컴퓨터 빅데이터를 통해 예측, 설계할 수 있어 개발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타깃이나 약물의 선택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신약 개발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신약개발에 AI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AI 전담 부서를 설치하거나 자체 AI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이외에도 AI 기업과 제약사의 협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88건의 AI 협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AI 기반 신약개발 수준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다. 2022년 기준 AI 기반 신약개발 알고리즘의 최고기술 보유국은 미국이며 이어 유럽,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미국 대비 74%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I 신약개발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는 데이터 부족과 인력 확보가 꼽힌다.

먼저 독점 데이터는 접근이 불가하며 해당 데이터의 경우 라이센스 계약을 맺더라도 한정된 기간만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즉 실질적으로 필요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대부분 제한돼있다는 의미다. 또한 데이터의 구조나 처리 방법 등이 제각각이어서 통합된 데이터 활용성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 데이터를 표준화하거나 가공할 수 있는 통합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AI 인력 부족 역시 국내 AI 기업이 지적하는 애로사항이다. AI신약개발지원센터가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2명 중 38명(61.3%)이 기업 내 자체 AI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구개발에서 필요한 점과 AI 도입 및 운용 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물은 질문에서 각각 실무형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는 응답(76.5%)과 숙련된 인력 부족 및 고용 문제(88.2%)가 가장 높았다. 제약바이오·AI 기업들이 인공지능 도입에서 숙련된 인력을 고용하는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 AI 신약개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실무형 우수 인력이 공급이 다른 정부지원 정책 및 연구비 투자보다도 우선 해결돼야 하는 과제”라며 “제약과 AI는 분야 간의 괴리가 있어, 두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융합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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