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나신평, “혈액·백신제제 시장지배력 높아 사업안전성 우수”
알리글로 美 출시·헌터라제 수출 회복 등 실적 점진적 개선 기대

▲ GC녹십자 전경
▲ GC녹십자 전경

[메디코파마뉴스=김민지 기자] GC녹십자가 신용평가사로부터 우수한 신용등급을 받았다. 혈액·백신제제의 시장지배력이 높아 사업안정성이 우수하다는 이유에서다.

GC녹십자가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각각 A+의 안정적, A+의 유지(Stable) 신용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더불어 주요 3개 신용평가사다.

신용평가사의 기업평가등급은 회사채를 기준으로 ‘AAA-AA-A-BBB-BB-B’ 순으로 매겨진다. 일반적으로 A등급 이상이면 우수한 등급으로 보고 있다. BBB등급은 원리금의 지급 확실성은 있지만, 환경변화에 따른 리스크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둔 결과지다. B등급은 원리금 지급 확실성조차도 의문이 드는 상태를 말한다. 또 향후 상위 등급으로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긍정적 전망의 의견을 추가로 받는다.

한기평은 녹십자의 주력 사업인 혈액 및 백신제제의 시장지배력이 높아 사업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혈액·백신제제 부문의 우수한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적 이익창출을 지속하며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진단했다. 회사는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72.5%, 차입금의존도 28.6% 등 절대적인 재무안정성 지표는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녹십자의 전체 매출의 절반은 혈액제제 및 백신제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혈액제제 및 백신제제는 필수 의약품으로 국내시장의 성장성은 낮으나 사업 안정성은 높은 수준이다. 오랜 사업경험과 연구개발 성과, 상품 도입능력 등을 바탕으로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의 대형품목도 2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2년까지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며 외형이 성장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2년 수출액은 3,067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2019년 대비 약 38% 확대된 규모다.

다만, 지난해 이 회사의 성적표는 아쉽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헌터라제 수출물량이 감소한데다 이익기여도가 높았던 종속법인 지씨셀이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으면서 실적이 감소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녹십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6,266억 원, 344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9%, 57.6% 감소했다.

≫ 알리글로 출시 목전…점진적으로 수익 회복 전망

하지만 올해 해외시장 진출로 실적은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취한 혈액제제 IVIG 10%(알리글로)가 하반기 미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04억 달러(약 13조원)로, IVIG-10%가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IVIG-10% 제제를 판매 중인 기업은 7개에 불과한 데다 IVIG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우 혈액제제가 국내보다 6배 이상 약가가 높아 시장 안착에 성공할 시 수익성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 대비 후발주자인 점과 해외진출 초기에 유통망 형성·마케팅 등으로 비용이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익이 가시화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미국 내 자회사인 GC Biopharma USA를 통해 직접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요인으로 부진했던 고수익 제품인 헌터라제 수출도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에서는 품목허가 후 보험등재가 진행중에 있으며, 2025년 이후 튀르키예, 브라질 등 수출국 확대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 “계열사 전반 차입 부담 추이 지켜봐야”

반면 차입금 규모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다. 수익성 저하로 영업현금창출력이 감소한 데다, 혈장 등 원재료 관련 안전재고 확보 등으로 운전자본부담이 확대하며 지난해 3분기까지 큰 폭의 잉여현금 적자(-2,114억 원)가 발생해서다.

특히 대규모 설비투자, 연구개발로 인한 무형자산 취득 등 자금 소요로 잉여현금 적자가 지속됐다. 2020년~2021년에는 녹십자웰빙 증설투자가, 2022년 화순공장 mRNA 플랜트 설비가 진행된 바 있다. 2022년은 전년대비 투자부담 축소로 잉여현금이 흑자 전환(5억 원)했으나, 지난해 9월 말 운전자본부담으로 잉여현금의 적자는 큰 폭으로 확대했다.

한기평은 모회사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의 통합도가 매우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해 녹십자의 등급변동요인 중 정량 지표는 녹십자홀딩스의 연결기준 수치를 제시했다.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 지표를 향후 녹십자 신용등급을 가를 변수로 지목한 것.

녹십자홀딩스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주력 자회사인 녹십자의 수익성 저하 및 운전자본부담, 여타 계열사들의 실적 저하 등으로 2022년 말 9,000억 원에서 작년 9월 말 기준 1조2,000억 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2023년 9월 기준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는 12.4배였다.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일종의 이익 대비 채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에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기평은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3.5배 이하라면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7배 초과 상태가 지속될 경우 등급 하향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기평은 “사업·재무전망 등을 감안한 녹십자홀딩스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2023년 기준 하향변동요인을 일시적으로 충족하나, 2024년부터 7배 이하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대규모 설비투자 마무리 단계 진입에 따른 지출 감소 등이 재무부담 완화에 일정 수준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신평은 “이 회사는 2019년 이후 설비확충 및 지분투자 자금의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함에 따라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익창출 감소가 전망되는 가운데 신제품 도입 및 해외 진출 과정에서 운전자금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재무부담 완화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올해 이후 신규 설비투자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과 보유 자산을 활용한 재무적 융통성을 감안하면 대체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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