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대 대학 3401명 증원 신청…11월 수요조사 결과 웃돌아
政,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
충북·경북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강원의대 학장, 삭발 투쟁도
33개 의대교수협, 후속 처분 취소소송 제기 및 가처분 신청

유토이미지
유토이미지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계의 투쟁이 제자에서 스승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들한테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데 이어 전국 40개 대학에서 총 3,400명의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과대학 교수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일부 국립의대 필수과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삭발 투쟁을 하는가 하면 33개 의대교수협의회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대상으로 의대 증원과 후속 처분 취소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서 제출 후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보건복지부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의대 교수들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앞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최근 각 수련병원으로부터 전공의 7,854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고 3개월 면허정지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발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의대를 보유한 40개 대학이 제출한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총 3,401명으로 집계됐다고 공개했다.

이에 그동안 뒤에서 조용히 지원사격하던 의대 교수들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우선 국립의대 필수과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윤우성 경북의대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최근 SNS를 통해 “전공의 시절 이전부터 항상 ‘외과는 지금이 바닥이다’라고 했는데 20년이 지났는데도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면서 “지금 의료 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선배 의사로서 전공의들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며 “현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그리고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 생활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리고 병원 내에서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는 이런 답답한 상황에 저는 제 위치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후대 의대생에게 외과 전공의 하라고 자신있게 말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과 교수직을 그만두겠다. 이미 오래전 번아웃도 됐고 매일매일 그만 하고싶다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도와주는 것은 없고 더 힘만 빠지게 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온 제 인생도 한 번 뒤돌아보고 잊고 지내온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충북의대에서는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가 SNS를 통해 사직의사를 밝혔다.

배대환 교수는 “심장내과에서 맡는 심부전, 심장초음파, 심장중환자진료 업무를 통해 위중증 환자들이 회복을 하는 것에 희열을 느껴 크게 인기도 없고 많이 하지도 않은 심장내과, 그 중에서도 심부전, 심장중환자 파트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2,000명 증원은 분명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며 필수의료 강화라고 하는 지원은 결국 밑 빠진 항아리에 물 좀 더 넣어주는 의미 없는 단기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필수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인턴, 전공의들이 사직을 하고 나간다고 하는데 사직하는 것을 막겠다고 면허정지 처분을 하는 보건복지부의 행태나 교육자의 양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총장들의 생각 없는 의대 정원 숫자 써내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이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제가 중증 고난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원의대에서는 류세민 학장과 유윤종 의학과장이 삭발을 하며 의대 증원을 규탄했다.

류세민 학장은 “대학본부는 4일 교수들의 의견과 반대로 일방적으로 140명의 증원 규모를 제출하며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면서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개별 교실의 교육 역량을 실제 확인하거나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상국립의대와 원광의대 보직교수들도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며 대학 본부의 의대 증원 규모에 항의했다.

성균관의대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들에게 법적 처벌이 진행될 경우 제자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성균관의대교수협의회는 “의대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2,000명 증원을 고수하며 타협할 수 없다고 하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면서 “교육부와 각 대학 본부는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의대 증원 절차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아산병원, 울산대학교병원, 강릉아산병원 교수 9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직이나 겸직을 해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77.5%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제노동금지 협약 위반으로 정부를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2,000명 의대 증원과 후속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집행정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서도 제출했다.

교수협의회는 복지부 장관에게 고등교육법상 대학교 입학 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으므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결정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면서 의료 대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하 의료계와 정부의 행보에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