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병원 이탈 의사 집단행동 ‘불법’ 규정…의료개혁 관철 의지 드러내
政,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 보완 지침 공개…응급환자 약물투여 등 시행
보건의료노조, 의사 진료거부 중단·진료 정상화 범국민서명운동 전개

▲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여의도 공원 옆 여의대로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여의도 공원 옆 여의대로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의료계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사면초가에 빠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병원을 이탈한 의사의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의료개혁을 관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데다 정부는 PA 간호사들이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약물 투여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진료거부 중단 및 조속한 진료 정상화 촉구 범국민 서명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면서 의료계의 고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잇달아 주재하며 의료 개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이후 약 8개월 만으로 의료계의 투쟁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혼란을 국가 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료계의 투쟁을 불법 집단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전국의 많은 국민을 만나며 의료 개혁의 절실함을 피부로 느껴왔다. 그러나 보름 이상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가는 국민 보건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고 의사는 국민 보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준수해야 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 밖에 없다”면서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이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부처가 힘을 모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의료 개혁 주요 과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의료 개혁 주요 과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이후 이어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개혁 관철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의료현장의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가적인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이 현실은 비정상적”이라며 “지금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의사 수 증원이 왜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인지 보여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은 의대 증원을 기본으로 의료정책 대안을 함께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에도 불응한 의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정부는 2월 29일까지 복귀하면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의사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이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공백 방지를 위해 PA간호사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병원을 전문의 중심 인력 구조로 개편하면서 숙련된 PA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가 정립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 성장해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간호사들의 경력 발전체계 개발과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발맞춰 보건복지부도 지난 7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공개했다.

앞서 복지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시작되자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지난 2월 27일부터 실시했다.

이에 따라 전국 수련병원장은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법적 보호를 재확인해달라는 요청이 제기됐고 이에 복지부는 보완 지침을 마련했다.

이번 보완 지침은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없는 업무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보완 지침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앞으로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여를 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의 경우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을 할 수 있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등 각종 기록물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모니터링해 향후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계의 투쟁이 간호사의 업무영역 확대를 가져온 셈이다.

여기에 더해 시민단체도 들썩이고 있다.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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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진료거부 중단 및 조속한 진료 정상화 촉구 범국민 서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환자와 국민으로 진료 파행과 진료 차질로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의사들의 진료거부에 따른 수술실 축소 운영, 일부 병동 폐쇄, 입원 제한 등으로 병상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원치 않는 무급휴가와 응급 오프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둘러싼 강대강 대치는 누가 누구를 굴복시켜야 하는 치킨게임이 아니다.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치 게임으로 악용되어서도 안 된다”며 “의사 진료거부를 둘러싼 강대강 대치를 끝내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해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제안은 ▲선 진료 정상화 후 사회적 대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가동 ▲정부, 의료인 단체, 의료기관 단체, 노동단체, 소비자·환자 관련 시민단체, 전문가 등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위기 해결 관련 이해당사자 참여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위기 해결에 관한 모든 의제를 사회적 대화 의제에 포함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대화기간을 설정하되 3개월~6개월 이내에 사회적 합의할 것 등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둘러싸고 의사단체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장기화하면서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지금의 상황은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며 “지금 당장 대화 자리를 만들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단체도 정부도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즉각 나서달라”며 “다음주부터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의사 진료거부 중단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 거리, 온라인을 통해 대대적인 범국민 서명 운동을 전개해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모아내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기자회견, 의사단체 항의 방문, 촛불집회 등 진료 정상화를 위한 실천 행동으로 확산시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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