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붕괴 경고하는 시국선언’ 웹사이트 개설…7260명 연대 서명
정부, 전공의 향한 위압적 발언 및 위협 중단 강력 '촉구'
"필수의료 붕괴·지방의료 몰락 구제 대책 논의의 장 마련 시급"

▲ 11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수련병원 소속 교수와 전문의 4,637명과 기타 병의원 의료진 2,623명 등 7,260명은 ‘의료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에 연대서명했다.
▲ 11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수련병원 소속 교수와 전문의 4,637명과 기타 병의원 의료진 2,623명 등 7,260명은 ‘의료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에 연대서명했다.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의대 증원을 반대한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지 20여일째 접어들면서 의료 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수련병원 소속 교수와 전문의들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이들은 진정한 의료 개혁을 촉구하며 정부와 의료계에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11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수련병원 소속 교수와 전문의 4,637명과 기타 병의원 의료진 2,623명 등 7,260명은 ‘의료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에 연대서명했다.

이들은 먼저 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추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필수의료의 붕괴와 지방의료의 위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준엄하게 묻고자 한다”며 “정부는 대한민국의 탁월한 의료를 자랑해오면서 ‘값싼 의료’의 뒤에 숨겨진 의료진의 과도한 부담은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 동안 의료계가 필수의료의 쇠퇴와 그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음에도 정부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가 필수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중증, 응급, 지역 의료 붕괴이다. 일방적인 ‘필수의료 지원’ 정책이 결국 현장에서 외면 받고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늘도 이를 반복하며 의료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도 열려 있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정부는 급격한 증원이 수반하는 실질적 문제와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을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은 피교육자로서 더 이상의 수련을 포기했을 뿐 환자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다. 전공의들이 각각 흩어진 것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협의를 완전히 단절하고 통제와 억압만으로 어떠한 저항이나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분노, 극심한 좌절감과 무기력함의 절박한 표현으로 우리는 그 심정을 깊이 공감하며 이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지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 개혁을 위해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와 지방의료 몰락을 구제할 대책을 제시해 전공의들과 현장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비판적 의견 또한 수용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러한 최소한의 의지조차 보이지 못하고 의료 대란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국민은 정부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 의료계, 정부의 협력을 통한 진정한 의료 개혁의 시작을 간절히 바란다”며 “의료의 핵심 주체로서 시민적 가치에 부합하는 책임과 윤리를 명확히 인식하고 의료계 전반이 더 높은 수준의 전문가 정신을 바탕으로 용기 있는 자기 성찰과 변화를 추구하는 데 적극 참여하겠다. 올바른 의료개혁과 미래의료의 발전을 추구하는 주체로서 필요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의료체계의 가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정부는 의사들을 척결의 대상이 아닌 의료개혁의 동반자로서 존중해야 한다. 정부의 토끼몰이식 강경 대응이 초래한 의료 붕괴는 결국 국민에게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모든 이해 관계자들은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우리는 환자를 위해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최악의 의료 파국이 임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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