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 16개 의대 25일 사직서 제출·4개 의대 논의 중
“사직서 제출해도 수리 전까지 각자 자리에서 환자 진료 최선 다할 것”
방재승 위원장 “醫-政 한발씩 양보해 논의 시작 단초 마련” 요청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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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제자들에 이어 스승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사직저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해도 수리 전까지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선언하면서 의료계와 정부가 한발씩 양보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HJ 비즈니스 센터 광화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15일 2차 총회를 열고 약 3시간 반 동안 사직서 제출 여부와 시기 등을 논의했다.

이날 총회에는 20개 대학 소속 교수가 참여했으며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총회 결과 20개 대학 중 16개 대학은 3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4개 대학은 여전히 설문을 진행 중이다.

다만 사직서는 대학별 일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제출하되 수리되기 전까지는 각자의 자리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날 방재승 위원장은 현장에 남은 의료진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방재승 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한지 39일이 지났다. 한 달이 겨우 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너무나 큰 혼란을 겪었다”면서 “미래에 대한민국 의료를 책임질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좌절한 채 휴학과 사직을 선택하고 학교와 병원을 떠났고 의대와 대학병원 교수들은 그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병원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들을 포함한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장기간 지속되는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사 모두가 살리려고 하는 필수 의료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 위해 힘든 길을 선택한 전공의들, 미래를 잃어버린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젊은 의사들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오래도록 아물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태가 길어질수록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다시 회복되는 데에는 너무나도 힘겹고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방 위원장은 “그동안 의대 교수들은 정부와 의사 단체 사이의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아 보고자 노력했다”며 “많은 관련 단체와 학자들은 정부와 의사 단체, 다양한 시민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동안의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필수 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를 실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를 제안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정부는 의사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에서, 의사협회는 원점 재논의라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학교와 병원을 떠난다는 결정을 발표하는 마음은 무겁고 참담하지만 이런 결정은 필수의료를 살리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의료를 바꾸어 나가는,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들의 고육지책”이라며 “어떻게든 이 사태를 빨리 끝내는 것만이 무너져 가는 필수 의료를 살리고 앞으로 발생할 국민의 더 큰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 우리의 절박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 한 발씩만 양보함으로써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 교수들의 이 같은 결의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대단한 겁박’이라고 언급하며 의료계 집단행동 문화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17일 출연한 YTN 뉴스와이드에서 “2,000명 증원은 절대 조정할 수 없다”며 “교육의 질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떠난 뒤 의료 현장을 걱정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랜 기간 논의하고 과학적 근거를 통해 결정된 숫자까지 힘으로 뒤로 물리게 하는 것이 의료계 문제의 본질”이라며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내고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듣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민에 대한 대단한 겁박”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이 제자들이 처분을 받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건 법치에 대한 도전적인 발언”이라며 “전공의들이 나가 있는 상태가 불법상태임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의료계와 정부 모두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환자들의 피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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