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 의대 18%·비수도권 82% 증원…충북의대, 200명 ‘최다’
醫, 정원 배분 철회 ‘촉구’…“정부가 돌아올 다리 불태웠다”
시민단체, 사립의대 증원 중 수도권 64%…“민간 대형병원 민원수리”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의대 정원 확대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을 공식 발표하며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모양새다. 의료계는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강한 발언과 함께 정원 배분 철회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사립의대 증원 인원 중 64%가 수도권 병원이 있는 사립대라며 사실상 수도권 민간 대형병원들의 민원 수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2,000명 증원 배분 결과를 공개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 27개 대학에 증원분의 82%인 1,639명을, 경기·인천지역 5개 대학에 18%인 361명을 배분했다. 서울 소재 8개 대학에는 1명도 증원하지 않았다.

우선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강원대·제주대를 제외한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의대 정원이 49명이었던 충북대의 경우 200명으로 4배 이상 정원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이번 발표에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정부가 2,000명 증원 배분 현황을 공식 발표하자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는 교육 여건을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이날 정부는 의대생 2,000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통해 “졸속 정책은 100년 이상 쌓아 올린 대한민국 현대의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와해하고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의학교육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면서 “교육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며 권역 중심 의료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주장은 허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을 앞둔 시점에 폭발적인 의대생 증원 숫자를 제시하고 올해 9월 수시 전형부터 적용한다는 증원은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근시안적인 정치적 카드”라고 비판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 진료과목 학회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수많은 환자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의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뿐만 아니라 공공의료까지 마비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사회가 겪을 고통의 책임은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그간의 모든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현장의 파탄을 막아 달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도 ‘정부가 대한민국 의료 조종(弔鐘)을 울렸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정부가 기어이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 절차에 마침표를 찍어 대한민국 의료를 파괴했다”며 “의료 미래 주역인 의대생, 전공의와 교수를 포함한 대다수 의사의 반대에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신속함으로 국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 생명과 건강 수호에 역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이어 “의료 개혁을 주어로 정하고 의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했지만 남은 것은 의료 시스템의 붕괴와 회복하기 어려운 사회적 상처로 인한 갈등과 혐오,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는 역사의 퇴행 뿐”이라며 “의료 주체를 배제하고 의료에 문외한인 공무원에 의해 재단된 의료 정책이 가져올 위험에 대한 수많은 경고를 무시하고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추진한 정책이 종국에는 국민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고 정권의 파멸을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파국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의료를 살리기 위해 최종적으로 정부가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정부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는 파탄을 맞을 것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으로 말미암아 야기한 혼란의 책임은 현 정권에 귀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도 정부 발표에 성명서를 냈다.

의대협은 “증원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면서 “대학에 휴학계 수리를 강력히 요구하며 휴학계를 반려할 경우에 대비해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우리에게 역량이 부족한 의사가 돼라 명령하지는 우리는 이를 거부한다. 앞으로 USMLE, JMLE 등 해외 의사 면허 취득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원사업에 착수하고 그들의 꿈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지지할 것”이라며 “이는 정부의 정치적이고 비논리적인 정책 강행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정부의 의대 정원 배분 현황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20일 논평을 통해 “정부는 증원된 의대 정원의 80%는 지방대에, 20%는 수도권에 배정한다고 했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며 “교육병원이 수도권에 있는 ‘무늬만 지역의대’ 다수가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성균관의대(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건국대(건대병원), 동국대(동국대일산병원), 순천향대(순천향대서울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관동대(국제성모병원), 을지대(을지대병원, 의정부을지대병원), 차의과대(분당차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이 의대가 서울에만 있거나 수도권에 미인가 교육시설 등을 운영하면서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교육과 실습을 하는 의대라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국립대병원 인원을 빼면 사립의대 증원 인원 1,194명 중 수도권 병원이 있는 사립대가 764명(64%)으로로 사실상 수도권 민간 대형병원들의 민원수리 성격이 짙다”며 “특히 문제가 되는 울산대, 성균관대 200% 증원 등 대형병원들의 증원 폭이 매우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지역의료를 강조하면서 증원안을 제출했지만 정말로 지역의료를 살리려 하는 안인지 명분은 지역의료이고 사실상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민원을 해결하려는 정책인지 되물을 수 밖에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이런 증원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2,000명 증원안을 그토록 고집한 것이냐”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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