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 주 52시간 이내 외래·입원 진료 및 수술 유지 결의
배장환 충북의대 교수, 사직서…시니어 교수 ‘줄사직’ 기폭제 될까
외과학회, 한국전쟁 이후 첫 학술대회 중단…“전공의 없이 무의미”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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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의대 증원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 멈춤이 임박하는 모양새다. 주니어 교수에 이어 시니어 교수까지 현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필수의료 중 하나인 대한외과학회는 한국 전쟁 이후 처음으로 학술대회 개최를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남아있는 의료진의 번아웃을 막기 위해 교수들이 주 52시간 근무를 결의하면서 환자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분 현황 공식 발표 이후 진료 및 수술 축소 등 의료 멈춤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선 의과대학 교수들은 병원에 잔류 중인 의료진들의 번아웃을 막기 위해 25일부터 주 52시간 이내 외래진료와 수술, 입원진료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오는 4월 1일부터는 응급 및 중증환자의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 외래진료를 최소화하기로 결의했다.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교수협의회 홍보위원장은 최근 열린 브리핑에서 전의교협과 전공의, 의대생들이 참여한 회의 결과 이 같이 결의했다고 밝혔다.

조윤정 위원장은 “대학병원 전임의와 교수들은 지난 5주 동안 정신적 스트레스로 심리적 압박과 우울, 불안,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 잔류 중인 전임의, 교수 중 정신과 질환과 이비인후과 질환을 호소해 치료받기도 한다”며 “이러한 상황이면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해진다. 환자가 위험에 노출되고 심신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상 진료가 어려워지는 한편 최악의 경우 순직하는 교수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환자와 입원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위해 현재 교수 등 의료진들을 돌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의교협은 전공의 및 의대생이 참여한 최근 회의에서 ▲3월 25일부터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 업무를 주 52시간 이내로 유지 ▲4월 1일부터는 응급 및 중증환자의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 외래진료 최소화 등을 결의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도 지난 22일 저녁 3차 총회를 열고 전의교협의 이 같은 결의에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당초 각 병원 별로 확정한 계획대로 25일 사직서 제출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니어급 교수인 배장환 충북의대 교수가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그동안 일부 교수들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표명했지만 대부분 젊은 교수였던 만큼 배장환 교수의 공개 사직 의사는 시니어급 교수의 줄사직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내과학회 교육수련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충북의대 배장환 교수 최근 지난 20년간의 심장내과 교수직을 내려두겠다고 밝혔다. 사직 사유는 ‘타기관 이직’이다.

배장환 교수는 SNS를 통해 “모교 병원인 충북대병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것은 심장병만은 권역민들이 충북대병원에서 양질의 모든 치료를 받게 할 수 있도록 병원을 키워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충북대병원에서 먼저 심근경색증을 한국에서 가장 빨리 시술을 해보자 해서 STEMI든 nSTEMI든 낮이든 밤이든 평일이든 추석연휴든 뼈를 갈아 넣어 최대한 빨리 시술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결국 새벽 2시에 내원한 환자가 관상동맥중재술 시행까지(door to balloon time) 52분 내 마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배장환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교수들이 자신을 갈아 넣어서 만든 일”이라며 “제 꿈은 심근경색증부터 협심증까지 충북대병원에서 서울로 가는 분이 없도록 하고 종국에는 심부전 환자를 충북대병원에서 VAD를 하고 심장이식을 해 가족 품으로 잘 돌아가게 되는 것을 퇴직하기 전에 보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일이 제 꿈 밖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특히 배 교수는 충북의대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는 것에 대해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배 교수는 “대학과 병원을 자신의 입지 상승을 위한 디딤판 정도로 여기는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은 의학 교육과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는 1도 없이 정부에 아해 49명의 정원을 가진 의과대학을 하루아침에 200명으로 만들었다”며 “이로 인한 시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는 총장을 통해 부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의과대학 4호관을 2025년 2월부터 2029년 1월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서를 하루 만에 만들어 의대 학장에게 송부하고 하루 만에 그 안을 채울 의학 교육 기자재 리스트를 완성하라고 압박한다”고 폭로했다.

이어 “충북대 총장은 3년이면 직을 벗을 테지만 그때에는 만신창이가 된 교수들과 의대생만 남아 양질의 교육은 커녕 졸업장에 직인을 찍기도 힘든 학장실만 바쁘게 될 것이 뻔하다”며 “학생이 4배가 되면 당연히 병원의 입원 환자가 현재의 4배 즉, 충북대병원은 3,200병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충분한 의학 교육, 지금과 같은 충실한 의학교육이 되는데 총장이나 도지사는 내 임기 동안 신입생 받고 의예과 학생 교육할 200명 들어가는 강의실 하나 지으면 된다 이런 무책임한 짓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가 가진 충북대병원의 심장이식과 우리 아이들 잘 가르쳐서 지역의료의 충실한 간성이 되게 한다는 제 꿈은 이번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로 산산조각이 됐다”며 “가슴에 품은 한 조각의 붉은 마음과 같은 두 가지의 꿈은 이제 헛된 것이 됐다. 한 달 동안 신변을 정리하고 모시던 외래 환자들을 적절한 곳에서 치료를 지속해 받일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필수의료과로 꼽히는 대한외과학회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학술대회 개최 중단을 선언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학술대회 개최는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외과학회는 “이사회에서는 전공의 없이 춘계학술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국 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개최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최근 밝혔다.

1947년 조선외과학회(대한외과학회 전신) 창립과 동시에 1회 학술대회가 개최된 이후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2년 동안 개최하지 못 했던 것을 제외하면 7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학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안을 발표한 이후 촉발된 전공의 사직의 물결은 모든 수련병원에 몰아닥쳤고 그 여파는 중증, 응급 이외에는 수술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외과 지도 전문의들은 무엇보다 수련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큰 자괴감을 느끼며 새롭게 준비한 전공의 술기 교육과정 역시 파행 위기”라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학술대회는 단순히 학문적 성과를 나누는 것을 뛰어넘어 학회 구성원들의 축제와 같은 행사로서 의미를 가진 만큼 중단 결정은 쉽지 않았다”며 “학회의 학술대회 개최 취소는 단순히 하나의 학술대회가 취소되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의료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모든 외과 의사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현재의 의료 파행 사태가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세를 통해 조속히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의대 교수들까지 강공 모드로 나선 가운데 25일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불러올 나비효과에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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