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마음 따뜻한 의사’양성 위한 교과과정 개혁 추진

 자연과학대 일임 무관심 소속감 부재…나태생활태도 심해
의대교수 적극참여․인성교육 확대․교육목표제시 등 개선책 


‘지난 36년간 의예과 2년 과정을 자연과학대학에 일임한 채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 훌륭한 의사를 양성해야 하는 의과대학의 기본임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 그 결과 상당수 학생들은 의예과 과정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본과 진입 전에 치러야 할 통과의례 수준으로 인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수업태도의 불량으로 이어져 교수에게는 실망감과 허탈감을 안겨주었고 학생당사자에게는 인간미 함양이나 학문습득에 열정을 쏟아야 할 이십대 초반의 시기를 나태와 방만함으로 허비토록 하는 데 일조했다.’
서울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제도를 중지, 종래 2+4년제로 회기하면서 그간의 의예과과정에 대한 자책 자성과 함께 ‘마음이 따뜻한 의사’ 양성을 위한 의예과 교과과정을 새로 정립하기로 하고 개혁작업에 돌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체 의과대학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속감부재-나태 생활태도

서울의대 의예과교육과정개선위원회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의예과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으로 △교육목표의 부재 △획일적 교육에 의한 학습동기 저하 △소속감의 부재와 이에 따른 나태한 생활태도 △인성교육의 부족 등 다소 충격적인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의학교육 목표에 관해서는 신입생을 위한 수강안내서에 ‘의예과 과정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의학을 위한 기초교육에 대한 언급이 없을뿐더러 인성을 연마하는 내용이 제시돼 있지 않다고 했다.
또 획일적 교육 문제는 수시, 정시 입학제도하의 의예과 학생들의 심한 과목별 학력편차를 반영하지 못함에 따른 것으로 지적됐다. 즉, 자기관리능력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부족한 학생이 매 학기마다 5명수준에 이르고 있는 반면 일부 우수학생은 의예과 교육과정이 시간낭비라고 할 정도의 월등한 학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획일적 필수과목 이수를 강제, 학업동기의 저하는 물론 학교 부적응과 가틍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
소속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의예과를 거처 본과에 입학한 242명중 87.6%가 의예과학생으로서 자연과학대학에 대해 느껴지는 소속감은 약하다고 했고 절반가량(49.5%)은 의예과학생으로서 자연과학대 소속 타학과와의 차별을 느낀다고 했다.

인성교육 부족

개선위가 의대소속 572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바람직한 의예과교육과정의 과목별 점유율은 자연과학이 22%, 인문사회 21%, 의학기초 20%, 실용 14%, 봉사 14%, 예체능 8%로 다양한 분야에 걸친 교육을 추천했다.
하지만 현행 의예과교과과정은 자연과학 점유율이 52%로 30%나 높고 의학기초 9%, 인문-사회과학 13%, 실용 및 봉사9%, 선택 17%로 많은 차이를 보였다. 봉사영역 교과목은 부재상태였다. 특히 단기교육으로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인성에 대한 비중이 낮아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했다.

교육목표의 제시

위원회가 가장 먼저 손꼽은 개선안은 교육목표의 제시, 그리고 맞춤형 교육의 도입이다.
새롭게 제시되는 것은 전체적인 의학교육의 연장선 위에서 의예과 과정의 핑ㄹ요성과 성격을 새로이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21세기 시대환경에 적합한 의사 및 의학자를 양성하는데 꼭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학생들이 의예과를 졸업할 때까지 도달해야 할 구체적 도달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맞춤형 교육은 수시, 정시입학제도하에 입학한 학생들간의 매우 심한 과목별 학력편차를 극복하는 방안이다. 즉, 학습부진 학생들을 위해 실질적인 지도교수제의 운영과 멘토링시스템의 개발 및 도입으로 학습동기를 고취하는 한편 필수과목 이수가 시간낭비적일 수 있는 일부 우수학생들을 위해서는 오히려 적절한 심화코스를 제공, 학습동기를 고양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수강신청 전에 학생들의 레벨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수과목 면제여부를 적용하도록 학칙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대교수의 적극적 참여

자연과학대학에서의 의예과학생들이 소속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근본원인이 오랫동안 자연과학대학에 학생교육을 위탁한 의과대학의 무관심에서 기인한다고 위원회는 보고 있다. 하지만 기초의학통계교과목처럼 의대가 직접관여, 예비 의학도에게 걸맞는 의학연구사례를 개발하고 의대소속교수가 직접 강의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은 학생들의 학습동기고취에 성공한 선례로 손꼽힌다. 따라서 의대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의예과생들의 소속감 고취는 물론 학습동기의 향상에도 도움이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됐다.

인성교육 확대

위원회는 사람의 인성은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와 달리 단기간 교육으로 쉽게 교육효과를 얻을 수 없으며 오랜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교육해 나갈 때 비로소 소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성교육은 의예과 교육과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성교육은 강의와 같은 단순 지식전달 방법을 통해서는 이뤄질 수 없으며 봉사활동과 같은 체험학습과 꾸준한 자아성찰을 통해 서서히 이뤄지는 만큼 의대가 지정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봉사활동을 학점화하는 방안도 강구하게 된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