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휴메딕스·보란파마 3社와 컨소시엄 구성
러시아산 백신 생산 컨소시엄 ‘이원화’…물량 규모는 ‘비공개’
당혹스런 지엘라파, 사실 확인 분주…“생산 계획 변함없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국내 위탁생산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러시아국부펀드가 기존 파트너사인 지엘라파를 통하지 않고 휴온스글로벌과 별개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으로 국내 생산 물량은 기존 6억 5,000만 도즈에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휴온스글로벌이 지난 16일 러시아 국부펀드(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RDIF)와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Sputnik V)’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 등 3개사와 컨소시엄을 구성, 요청 물량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오는 8월부터 시생산에 돌입하는 한편 각 사의 역량을 동원해 월 1억 도즈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약 물량은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지만 연간 생산 목표량을 12억 도즈로 잡은 만큼 지엘라파 컨소시엄이 확보한 6억 5,000만 도즈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휴온스글로벌의 이 같은 구상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컨소시엄 참여 업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실화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우선 백신 원료 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연내 백신센터를 준공하고 생산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인데 오는 8월부터 일부 시설에서 시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휴온스글로벌이 언급한 시생산 돌입 시점과 딱 맞아떨어진다.

생산 케파도 주목해 봐야 한다. 올 하반기 이 회사의 제2공장이 준공되면 바이오 의약품의 위탁생산에 필요한 10만 4,000L 규모의 세포 배양기를 보유하게 된다. 국내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36만L)에 이어 단숨에 2위 자리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당초 일정대로 생산 공정만 빠르게 갖춰진다면 대규모 원액 공급은 무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충전 및 포장(fill&finish)은 휴메딕스와 보란파마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란파마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액상 바이알 충전, 자동 포장 등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물학적제제, 유전자치료제, 항체치료제 등의 수탁생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다.

휴온스그룹 입장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혈전증 이슈로 최근 러시아 백신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번 계약 성사는 상당한 호재다. 스푸트니크V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대폭 늘어날 수 있어 추가적인 물량 계약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휴온스글로벌 주도 컨소시엄의 본격적인 물량 생산은 연내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장 활용 가능한 생산설비가 갖춰져 있더라도 RDIF와 세부적인 사안을 조율하고, 시생산 과정까지 도달하는데 최소 8~12개월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휴온스글로벌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회사 내부에서도 발표 직전까지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며 “계약이 성사됐지만 본격적인 협상 시점이나 전체 생산 물량 규모, 생산 설비 구축 계획은 비공개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 향후 RDIF와 협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지엘라파는 이번 계약에 심기가 불편한 모양새다. RDIF는 물론 휴온스글로벌의 계열사인 휴메딕스가 자사 주도의 컨소시엄(안동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이수앱지스, 바이넥스, 보령바이오파마,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휴메딕스)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발표 전까지 어떤 언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휴메딕스가 지엘라파 주도 컨소시엄에 남아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휴온스글로벌 측은 두 컨소시엄에서 모두 사업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겠다는 방침이지만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지엘라파 내부 기류와는 온도차가 있어 보여서다.

지엘라파 관계자는 “휴온스글로벌과 RDIF 간의 계약과 관련해 당사에 전달된 내용이나 협의는 전혀 없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소식을 들은 게 전부다”며 “아직 컨소시엄 업체와 관련해 특별한 변동사항은 없지만 현재 전반적인 사실 관계를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조만간 정리된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엘라파(1억 5,000만 도즈)와 컨소시엄(5억 도즈)이 수주한 총 6억 5,000만 도즈 물량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연 내 컨소시엄 업체의 기술이전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 기술진이 국내에 들어와 시생산에 함께 참여하고 이를 러시아로 보내 문제가 없으면 그 때 기술이전 본계약이 체결되는데, 최근 국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컨소시엄 업체 기술이전 일정이 밀렸다”며 “현재 이수앱지스만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 상황이지만 나머지 업체도 빠르게 마무리 될 것이다. 연내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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