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코러스 주도 컨소시엄서 휴메딕스 배제…수면 위 드러난 '갈등'
핵심 당사자 RDIF는 ‘묵묵부답’…공시도 없어 시장 분위기는 '혼란'
RDIF 입장 발표에 '쏠린' 이목…지엘라파 후속 조치에도 관심 집중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국내 업체 두 곳의 신경전이 외부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당초 파트너사였던 두 회사가 졸지에 경쟁 상대로 관계가 재정립됐기 때문이다. 국내 사업 창구가 사실상 이원화된 것인 만큼 시장도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위탁생산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향후 사업 주도권이 누구에게 갈 것인지에 대해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엘라파는 지난 19일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Sputnik V)의 국내 위탁생산을 위해 자회사 한국코러스가 주도한 컨소시엄에서 휴메딕스를 배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파트너사였던 휴메딕스의 모회사 휴온스글로벌이 러시아국부펀드(RDIF)와 기술이전 계약 체결 과정에서 어떠한 상의도 없이 새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에 대한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일단 휴온스글로벌은 이와 관련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면 위로 드러난 양사의 갈등이 큰 문제없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하나였던 스푸트니크V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 사업 주체가 사실상 둘로 나눠지면서 경쟁이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RDIF 역시 현재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RDIF가 지엘라파 측에 ‘국내 컨소시엄은 한국코러스와 지엘라파가 주도한다’는 레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투자자들은 이번 휴온스글로벌과의 계약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인지 지난 19일 휴온스그룹의 주가는 하루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실제로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휴온스글로벌의 주가는 장중 고점과 저점의 갭이 20%를 넘나들 정도로 변동 폭이 극심했다. 결국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1.35% 오르는데 그쳤다. 계열사인 휴메딕스와 휴온스는 각각 15.24%, 13.88% 급락하며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휴온스그룹의 이런 불안한 주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계약과 관련한 별도의 공시를 회사 측이 아직 내지 않은 상황인 데다 RDIF나 스푸트니크V 공식 홈페이지에도 현재까지 특별한 내용이 올라와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증권거래소가 휴온스글로벌에 조회공시를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회공시는 소문이나 보도로 인해 주가 및 거래량이 급변하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거래소가 대신해서 회사에 확인을 요구하는 절차를 말한다.

휴온스글로벌 관계자는 “이번 계약과 관련해 증권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를 요청받은 적이 없고, 현재로선 별도의 공시 계획도 없다”며 “향후 업데이트된 내용은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번 계약의 당사자인 RDIF와 휴온스글로벌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답답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엘라파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대해 RDIF가 특별한 이유없이 답변을 회피하거나 시간을 끄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스푸트니크V 국내 위탁생산 사업의 주도권이 향후 누구에게 돌아갈지 조만간 판가름이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엘라파 관계자는 “RDIF와 작성한 계약서에 국내 위탁생산의 독점적 지위가 명시돼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 주기는 어렵지만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관계는 명확하다”며 “지난 2월 RDIF가 국내 컨소시엄은 한국코러스와 지엘라파 주도하에 진행된다는 내용의 레터를 보낸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RDIF로부터 이번 건과 관련해 답변을 듣지 못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휴메딕스가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제공받았던 자료 회수 조치와 더불어 비밀유지 협약 사항과 관련해 위반 사항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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