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2020년 국내 ‘심부전 팩트-시트’ 공개
엔트레스토 적응증 확대…SGLT-2i 허가 등 선택지 늘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심혈관질환의 ‘종착지’로 통하는 심부전 환자가 최근 20년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향후 유병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건 그간 부족했던 심부전 치료제 옵션이 최근 들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메디코파마>는 국내 심부전 현황과 최신 치료제 옵션에 대해 알아봤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심부전(HF) 팩트-시트(Fact-sheet) 2020’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심부전 유병률, 추정인구, 관리수준, 동반질환, 치료 패턴 및 예후 등 심부전에 관련된 객관적인 데이터를 담고 있다. 2002~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맞춤형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했으며 추출 비율은 전체 가입자의 25%에 달한다.

≫ 국내 심부전 유병률, 2002년 0.77%에서 2018년 2.24%까지 ‘급등’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8년 인구 10만 명 당 심부전 유병 환자는 2,261명, 발생 환자 579명, 심부전 환자의 사망 245명,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 10.4명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심부전 유병률이 2002년 0.77%에서 2018년 2.24%까지 3배가량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 환자의 증가세(0.97%→2.31%) 보다 남성 환자의 증가세(0.57%→2.16%)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유병률 또한 남성의 경우 모든 연령구간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여성의 경우 2000년대에 비해 최근 50대와 60대 유병률이 다소 감소한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8년 인구 10만 명 당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은 남성이 553명, 여성이 503명으로 나타났다. 2002년 70명과 80명에서 각각 690%, 532% 급증을 보인 것.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도 크게 증가했다. 2002년 인구 10만 명 당 39명이던 심부전 환자의 사망은 2018년 240명까지 증가했다.

이는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으로 좁혀 봐도 유사했다. 인구 10만 명 당 1명에 채 미치지 못하던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2018년 10.4명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2018년 심부전 환자들은 동반질환으로 고혈압을 86,9% 갖고 있었으며 당뇨 67.6%, 허혈성 심질환도 64.1%를 앓고 있었다.

≫ 엔트레스토 적응증 확대…치료 옵션 확대 ‘신호탄’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노바티스의 ARN 억제제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를 심부전 치료제로 허가했다. ACE 억제제나 RAS 억제제 등 기존 고혈압 치료제 외에 심부전에 특화된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나타난 신약이었다.

기존 표준치료제인 ACE 계열 에날라프릴군과의 비교로 진행된 PARADIGM-HF 연구 결과 엔트레스토군은 심부전 환자의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의 위험을 2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나온 이후 엔트레스토는 2017년 국내 허가도 획득한다. 다만 좌심실 박축률(LVEF)이 40% 미만까지 감소한 환자라는 단서가 붙었다.

가격적인 문제도 있었다. 효과에 비해 엔트레스토가 기존 치료제 대비 가격이 높았던 것. 여전히 국내에서 국민건강보험 급여권 사용이 제한적인 것도 이 원인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노바티스는 엔트레스토에 대한 추가 임상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PARADIGM-HF의 4년 추적 연구 결과 엔트레스토군은 에날라프릴군 대비 심혈관 사망 및 첫 입원 발생 20%, 30일 이내 입원률 40% 감소 등 추가적으로 효과를 증명했다.

또 45% 이상의 좌심실 박축률을 보존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PARAGON-HF 임상도 진행했다. 다만 이 임상은 1차 목표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심혈관계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효과 모두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갖추지 못한 것.

그런데 FDA는 지난 2월 노바티스의 적응증을 변경한다. 좌심실 박축률이 정상수치보다 낮을 경우 의사의 판단에 의해 엔트레스토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노바티스의 PARAGON-HF 사후분석에서 좌심실 박축률 57% 미만인 환자, 특히 여성에게 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간 학계에서도 좌심실 박축률 40%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었다. 중간층, 즉 좌심실 박축률이 40~50%인 환자에게는 이 약이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FDA는 이 같은 학계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의사의 재량권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미국심장학회(ACC) 가이드라인에서 엔트레스토를 심부전 치료의 1차 약제로 권고하기도 했다. ACE 억제제, RAS 억제제 치료에 앞서 엔트레스토를 초기 심부전 치료제로 사용하라는 내용이다.

≫ SGLT-2 억제제, 심부전 치료제 시장 진입 ‘주목’

엔트레스토 외에도 치료 옵션이 등장했다. 당뇨병치료제인 SGLT-2 억제제 계열이 잇따라 국내외 심부전 치료의 적응증을 획득하고 있는 것.

지난해 12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했다. 심부전 치료제 허가를 획득한 첫 SGLT-2 억제제였다.

포시가의 허가는 DAPA-HF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DAPA-HF 결과 당뇨병 여부와 관계 없이 좌심실 박축률 40% 이하의 심부전 환자에서 1차 목표점인 심부전 악화 및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26% 감소시켰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과 심혈관계 사망 위험 역시 위약 대비 각각 17%, 18% 줄어든 효과를 확인했다.

또 다른 SGLT-2 억제제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도 적응증 확대가 기대된다.

이 약 역시 좌심실 박축률 40% 이하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EMPEROR-Reduced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연구 결과 심혈관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위약군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디앙 역시 당뇨병 여부와 상관없이 심부전 환자에게 효과를 보였다.

자디앙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유럽(EU) 집행위원회로부터 적응증 확대를 승인 받았다.

다만 SGLT-2 억제제의 경우 기존 치료에 추가하는 수준의 옵션이다. 처방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에서 밀튼 패커(Milton Packer) 베일러의대 교수는 “EMPEROR-Reduced 연구 결과는 좌심실 박축률이 감소한 심부전 환자에게 ARN 억제제나 베타 차단제, MRA 등과 함께 SGLT-2 억제제를 사용하는 초석이 될 결과”라며 “4∼6주 내에 4 종류의 약물 모두 복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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