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환자의 목소리’ 현미경 해부 - 간암 편 ③
2020.5~2021.4 국내 포털 9만 9517건 ‘암’ 버즈량 분석
티쎈트릭+아바스틴, 넥사바 대비 1차 치료 ‘첫’ 우월성 입증
병용요법 효과 좋다는데…“급여 혜택 없는 게 가장 큰 단점”

2007년 넥사바의 국내 허가 이후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적인 옵션을 찾지 못했던 간세포암 분야에서 2019년 렌비마 허가에 이어 지난해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 아바스틴의 병용요법이 성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 병용요법이 아직 급여권에 들어오지 못한 고가의 치료제라는 이유로 처방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이는 <메디코파마뉴스>가 창간 29주년을 맞아 기획한 [빅데이터로 본 환자 목소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국내 대형 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암 관련 게시글 99,517건(2020년 5월~2021년 4월)을 분석한 결과 환자들은 두 약의 효과에 대해 기대를 하면서도 비용 문제로 사용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확보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투여 치료와 관련한 온라인 게시글의 주요 키워드를 추출해 환자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지난해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NEJM에는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신생혈관생성억제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을 기존 1차 치료제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와 비교한 임상 결과가 IMbrave150 연구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티쎈트릭+아바스틴의 병용 임상 결과에 따르면 병용군은 넥사바군 대비 사망위험이 42%(HR=0.58; 95% CI:0.42-0.79;p=0.00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악화 또는 사망 위험 역시 41%(HR=0.59; 95% CI:0.47-0.76; p<0.0001) 개선을 보였다.

넥사바군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3.2개월,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4.3개월로 나타났다. 병용군의 OS 중앙값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으며, PFS 중앙값은 6.8개월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RECIST 1.1(종양반응평가지표) 기준, 전체 반응률 또한 병용군이 27%로 넥사바군 12%에 비해 높았다. 이는 면역항암제와 신생혈관생성억제제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보다 간암 환자의 치료 반응과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의미다.

반면, 넥사바는 과거 10년 이상 유일한 1차 치료 옵션으로 노하우가 쌓이며 최근에야 좀 더 나은 효과를 보이고는 있지만 도입 초기만 해도 2∼3개월가량의 생존기간 연장, 3% 수준의 낮은 반응률로 인해 기대가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

넥사바의 이 같은 결과는 낮은 기대감으로 약물치료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이는 색전술 등 수술로 환자의 치료를 끌고가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1차 치료 옵션이 늘어나고 2차·3차 약제까지 더해지면서 간암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뀌는 모양새다.

특히 그 중심에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치료가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여기에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 대비 부작용이 월등히 적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도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IMbrave150 연구에서 넥사바 투여군은 3.6개월부터 삶의 질이 떨어진 반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투여군은 11.2개월 동안 삶의 질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넥사바와 렌비마는 모두 경구제로 매일 1~2회 복용해야 한다. 반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3주에 한 번만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으면 된다.

간암 환자들도 이젠 넥사바에서 다른 약제들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넥사바나 다른 항암제에 비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처방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년간(2020년 5월~2021년 4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르내린 항암제 이름은 넥사바 460건, 렌비마 287건, 스티바가 105건, 옵디보 165건, 티쎈트릭 59건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티쎈트릭에 대해 병용 처방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면역(30건), 부작용(24건), 효과(16건), 넥사바(13건), 궁금(12건), 정보(6건), 질문(6건), 급여(5건) 등의 단어가 포착됐다.

이처럼 환자들 사이에서 티쎈트릭의 언급량이 적었던 이유는 이 약의 병용 처방이 지난해 7월에 항암 1차 라인에 허용된 만큼 환자들 사이에서 경험 공유 등 정보 부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관련 키워드도 궁금, 정보, 질문, 급여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더욱이 넥사바와 렌비마의 경우 급여가 인정되는 반면, 티쎈트릭 병용 처방은 아직까지 건강보험 혜택이 없어 사용을 주저하게 만든 것이 버즈량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제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처방에 대한 환자와 그 가족들의 궁금증에 그대로 묻어났다.

<1차로 넥사바 치료를 받았는데 효과가 없어서 2차로 옵디보 들어갔습니다. 알아보니 면역항암치료는 티쎈트릭+아바스틴이 좋다는데 이 조합으로 치료할 수 없나요?>, <최근 간암 임상 3상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이 좋은 결과를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티쎈트릭+아바스틴 맞아보신 분들 경험담 듣고 싶습니다. 부작용과 효과 좋은지 아시는 분들 답글 부탁드립니다>라며 두 약의 병용 경험담을 듣길 원하는 요청이 많았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급여다. 건강보험 혜택이 없기 때문에 약 500만 원 내외의 약값을 자기 부담으로 해결해야 한다.

환자와 그 가족들도 비용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티쎈트릭+아바스틴 1회에 430만원 이상으로 들었습니다. 비급여로 비용 다 내야 하나요?>, <티쎈트릭+아바스틴 비싸서 넥사바 추천해주신 것 같은데 비용차이가 많이 나는지요?>, <병원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으로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버지 실비가 비급여인 경우 일부만 지원되는지라 부산 지역에 신포괄수가제를 통해 티쎈트릭+아바스틴 보험지원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라며 비용 측면에서 많은 우려와 관심을 나타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급여화를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암 1차 라인에서 넥사바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임상은 처음이었던 만큼 긍정적 결과지를 받아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약가 합의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티쎈트릭의 적응증 확대에 따른 가격 인하분과 함께 아바스틴의 가격 조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약사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환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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