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환자의 목소리(Patient’s Voice)’ 현미경 해부
2020.5~2021.4 국내 포털 9만 9517건 ‘암’ 버즈량 분석
‘환자 중심’이라 쓰고 ‘병원 중심’이라 읽는다…실망감 언급 다수
제약사 환급제도에 관심…임상시험 참여 등 ‘각자도생’ 움직임도

최근 국내·외 헬스케어산업이 입 모아 강조하는 주요 경향이 있다. 바로 ‘환자 중심(Patient-Centric)’이다. 환자의 의견을 나아가야 할 방향에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환자의 목소리는 이제 헬스케어 정책과 산업의 방향을 정하는 ‘돛’으로 위상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 정책의 심의·의결 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는 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원의 참여가 이뤄졌고, 제약사는 환자 의견을 모으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환자들이 나누는 의견은 공론화로 가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환자 관련 게시판을 총망라해 1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특집을 기획했다. 분석에 포함된 게시글은 2020년 5월~2021년 4월까지 99,517개에 이른다.

이번 특집에서는 암 질환을 중심으로 핵심 키워드를 설정하고 해당 키워드와 함께 언급된 단어들을 살펴 환자들의 의견을 분석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특집을 통해 환자의 의견이 정책과 산업에 전달되고, 그 결과물이 다시 환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편집자주]

 


메디코파마는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환자들의 목소리(Patient's Voice)], [국내 약가 및 급여 시스템의 문제점], [제약바이오기업 및 CEO 평판 조사], [의약품별 의사 및 소비자 평가] 등을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암 환자들에게 정부의 정책과 제약사의 항암제 개발은 최대 관심사다. <메디코파마뉴스>는 환자들이 ‘정부’와 ‘제약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2-1) 정부

1년간 ‘정부’에 대한 암 관련 게시글은 모두 344건이었다. 대부분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생각과 현재 운용되고 있는 정책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정부가 나서서 길을 마련해주기를 소망합니다.>, <뇌출혈이나 치매 보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들이 있던데 폐암도 장기요양이나 장애등급으로 지원 받을 수 있나요?> 등이 대표적이다.

입원 환자가 많은 만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정부의 병원 운영 정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간 내에 의료계 파업 이슈가 벌어진 것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이 분들도 밥그릇 싸움하는 걸까요? 교수님들이 지금 파업하는 의대생, 전공의 같이 욕하고 있는데 이러다 진짜 교수님들까지 파업할까봐 무서워요>, <갑작스런 병원 전공의 파업으로 시간이 또 미뤄지네요. 지금 이 시국에 정부와 의사협회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합니다> 등의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의 지원에 대한 푸념이 담긴 게시글도 상당수 보였다.

<10만원이나 해요 자병원 입원할 때만 할인혜택이. 정부에서 그렇게 정했다고 하네요>, <실비 암보험이 하나도 없어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걸로만 혜택받고 나머지는 제가 다 부담을 해야 할꺼 같은데>, <정부에서 천만원가량 지원이 된다해도 약값만 3백만원이 넘네요>, <실비보험안되고 정부혜택이나 그런거 없구요>, <조혈모세포이식을 해야하는데 기증을 해주시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정부예산이 없어 검사를 못한다고 합니다> 등은 정부의 지원을 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함께 언급된 단어 가운데는 ‘수술’(702건), ‘검사’(535건), ‘병원’(514건) 등이 가장 많았다. ‘항암’(373건), ‘환자’(350건), ‘걱정’(190건) 등도 ‘정부’가 언급된 게시글에 함께 나타났다.

 

2-2) 제약사

1년간 ‘제약사’에 대한 암 환자들의 게시글은 총 360건이었다. 이 가운데 환자들은 제약사의 약가 환급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에서 21년 4월 1일부터 시행하는거라고 하더라구요. 혹시라도 표적 퍼제타 투여하시는 분들 병원에 확인해보세요>, <환자가 제약사로 직접 신청해 지급받는 방식으로 변경됐다네요. 구비서류 제약사로 확인하라는데 더 복잡해진 것 같아>, <제약회사에서 40%를 환급받기 때문에(사실 병원에서 얘기도 안해줬었어요. 카페보고 안거지) 환급부터 받고>, <면역항암 후 제약회사 환급 후 실비보험처리 될지 궁금해요> 등이다.

제약사의 환급은 위험분담제(RSA) 계약에 따라 이뤄진다. 환자들은 표시가격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추후에 제약사가 환급을 하는 구조다. 이 제도를 통해 환자들은 표시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제약사는 비밀약가로 국내 유통이 가능해진다.

제약사가 비밀약가를 추구하는 배경은 국내 약가제도가 투명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RSA를 통하지 않는다면 국내에 유통되는 국민건강보험 적용 약가는 외국 정부도 투명하게 알 수 있다. 이에 해외약가 책정 협상에서도 불리해질 가능성이 생긴다.

최근 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의 경우 RSA 제도로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 역시 환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환자들은 환급 외에도 임상연구에 관심이 높았다.

<폐암 4기에 타그리소로 19년 2월부터 23개월 간 1차 치료하다 내성판정을 받아 임상시험등록에 실패했습니다>, <로슈 면역항암제로 병행치료를 하고 싶으며 임상하는곳을 알고싶네요> 등은 임상연구 참여를 모색하는 내용이다.

임상연구에 참여하면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최신 항암제를 비용 없이 투여할 수 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다면 임상연구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는 물론 다국적제약사도 한국에서 임상연구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

다만 임상연구는 아직 효과나 안전성에 대해 보장되지 않은 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인 만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 외에도 해외 임상 결과에 대해 환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도 다수 있었다. <여러 글로벌제약사에서 노력 중이라고 하니 하루 빨리 뭐라도 개발되면 좋겠어요>, <임상시험에 대해 알아보며 정리한 내용 공유합니다> 등 최신 정보를 나누는 모습이다.

‘제약사’와 함께 다수 언급된 단어는 ‘치료’(1,006건), ‘환자’(733건), ‘약’(609건), ‘치료제’(423건) 등이 가장 많았다.

‘폐암’(423건)도 눈에 띈다. 폐암 환자가 국내에서 많이 발생하는 점과 더불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가 다수 개발돼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면역’(266건), ‘검사’(256건), ‘표적’(229건), ‘개발’(244건) 등이 ‘제약사’와 함께 게시글에 언급된 대표 키워드들이었다.

이는 제약사의 최신 항암제 개발과 해당 신약을 쓰기 위한 바이오마커 검사 등이 환자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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