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환자의 목소리’ 현미경 해부 - 폐암 편 ③
2020.5~2021.4 국내 포털 9만 9517건 ‘암’ 버즈량 분석
폐암 환자의 생명 연장 동아줄…‘급여 확대’ 목소리 ↑
발로 뛰는 가족들…‘신포괄수가제’ 병원 찾아 삼만리

유전자 변이 여부는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옵션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EGFR, ALK 변이가 확인되면 다양한 항암제를 활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선택권은 줄어든다. 특히 과거에는 변이가 발견되지 않으면 표준항암치료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도 기대 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 생겨났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지난 1년 간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관련 게시글을 분석하는 특집을 기획했다. 분석에 포함된 게시글은 2020년 5월~2021년 4월까지 총 99,517개이다. 이 가운데 ‘키트루다’와 관련한 온라인 게시글의 주요 키워드를 추출, 환자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와 면역세포(T세포)에서 발현하는 PD-1 혹은 PD-L1을 표적으로 개발된 약물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대표적이다. PD-L1 단백질이 발현되면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는데 약물을 통해 이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현재 키트루다와 옵디보, 티쎈트릭이 모두 1차 라인에 속해 있지만 환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단연 키트루다다. 가장 먼저 1차 라인에 이름을 올린 데다 그동안 비급여 처방도 일반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다른 면역항암제 대비 이 약의 관련 글이 많은 배경이다.

또 키트루다가 잘 맞는 환자의 경우 드라마틱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점도 환자와 가족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 벼랑 끝 한 목소리…“약 써보고 싶지만 비급여가 발목”

문제는 이 약을 1차 치료제로 쓰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제일 큰 장벽은 3주에 약 65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다. 보험급여 확대(1차)가 수년 전부터 논의되고 있지만 재정분담을 둘러싸고, 정부와 제약사가 한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급여를 받기 위한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1차로 표준항암치료(젬시타빈, 알림타,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를 시행하고, 여기서 내성이 확인되면 2차 치료제로 키트루다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진다. 그러나 이마저도 PD-L1 발현율 50% 이상이라는 마지막 관문까지 넘어야 한다.

환자와 가족은 진단 이후 쉽사리 치료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다. 1차 표준항암치료로 인한 독성으로 인해 환자의 체력이 급격히 고갈되는 경우가 많아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쓰는 것을 고민하는 이유다.

이러한 환자와 가족의 고뇌는 본지가 키트루다 관련 게시글에서 취합한 키워드에도 그대로 관통하고 있었다.

언급량 최상위권에 있는 항암(1,375건), 키트루다(1,353건), 치료(1,031건), 면역(696건), 항암제(497건), 검사(441건), 표준(334건), 내성(238건), 급여(218건), 상태(202건), 비급여(154건), 발현율(153건), 단독(146건), PD-L1(191건), 화학요법(99건) 등은 표준항암과 면역항암(표준+면역 병행 포함)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글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었다.

실제로 <PD-L1 발현율 90%인데 표준치료를 먼저 할까요? 키트루다 먼저 할까요?>, <표준항암을 아버지께서 견디실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표준항암하면 컨디션이 많이 안좋아 지나요?> <키트루다+표준항암 효과가 궁금합니다>, <비급여로 하면 치료 비용이 얼마나 될까요?> 등의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의외인 것은 발현율(153건), PD-L1(191건) 등의 단어가 포함된 게시글에 치료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질문과 이에 동조하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반응률과 효과는 꼭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환자에게 맞지 않으면 50% 넘어도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요>, <반응률이 너무 높은 경우 급성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어요>, <반응률이 높지 않아도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경우도 꽤 있어요> 등의 댓글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 신포괄수가제, 실낱같은 희망…지푸라기 잡는 환자 가족들

병원(505건), 교수님(248건), 급여(218건), 진료(216건), 의사(175건), 비급여(154건), 확인(102건), 방법(101건), 선생님(99건), 조언(96건) 등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글에는 순위권에는 없지만 ‘신포괄수가제’, ‘전원’ 등의 단어 사용 빈도가 상당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신포괄수가제를 시행하는 병원으로 전원할 경우 치료 비용이 30만원으로 대폭 감소한다는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신포괄수과제 시행 병원으로 전원 후 치료비가 크게 줄었다는 게시글에는 관련 정보 공유를 요청하는 댓글이 상당히 많이 달렸다. 직접 발로 뛰지 않는 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환자와 가족들 입장에서는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포괄수가제로 키트루다 급여 혜택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안된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신포괄수가제 시행 병원에 문의했더니 의사 선생님과 진료를 봐야 알 수 있데요>, <신포괄수가제 시행 병원에 전화해봤는데 항암제는 대상이 아니라네요>, <외래 진료에서 키트루다가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된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신포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네요. 너무 기뻐요> <신포괄 병원으로 전원 후 입원비 제외하고 30만원 나왔어요>, <심평원에서 안된다고 했는데 밑져봐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직접 부딪쳤는데 이게 되네요>라는 게시글에 환자와 가족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외에도 아빠(281건), 아버지(268건), 시간(141), 판정(102), 카페(93), 도움(85), 보호자(81) 등의 키워드도 순위권에 있었는데 이는 보호자들이 진단 이후 간병을 하면서 느꼈던 애로사항이나 팁을 전하는 에세이 형식의 글에 많이 등장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점은 투병의 주체는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폐암 환자는 총 2만 8,628명이었는데 이중 남성은 1만 9,524명, 여성은 9,104명으로 2배 이상 격차가 나는데 이 같은 수치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빅데이터 수집 과정에서도 주요 키워드 순위권에 있는 아빠, 아버지와 달리 엄마, 어머니는 없었다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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