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환자의 목소리’ 현미경 해부 - 폐암 편 ①
2020.5~2021.4 국내 포털 9만9517건 '암' 버즈량 분석
급변한 폐암약 패러다임…“가벼워진 완치 향한 발걸음”
건강보험 ‘혜택 없는’ 항암신약…“법 보다 생명이 먼저”

부동의 사망률 1위 폐암. 과거에는 진단을 받으면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수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치료 옵션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생존율이 몰라보게 높아지고 있다. 말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임상 데이터가 이제는 낯설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환자와 그들의 가족은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고, 또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을까.

<메디코파마뉴스>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지난 1년 간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폐암’ 관련 게시글을 분석하는 특집을 기획했다. 분석에 포함된 게시글은 2020년 5월~2021년 4월까지 총 99,517개이며, 이 중 ‘폐암’ 관련 버즈량은 2만6,17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핵심 키워드를 선별(1,000건 이상)해 그 의미를 정밀 분석했다.

폐암은 보통 1~2기는 수술, 3기 이상은 항암제와 방사선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조기 발견 시 완치율이 대폭 올라가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3~4기에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게시글 작성자 대부분이 말기 환자와 가족인 이유다.

특히 3~4기 환자의 경우 어떻게 치료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기대 여명이나 완치 가능성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키워드에도 이러한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치료 및 진단과 연관성이 깊은 항암제, 조직검사, 병원, 입원, 진료, 교수님, 전이, 임상,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표준치료 등의 단어가 버즈량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까닭이다.

≫ 진단 이후 ‘치료 정보’, 온라인 의존도 높아

항암제(2만254건), 검사(1만9,071건), 병원(1만9,029건) 등의 키워드는 1만 건 이상의 빈도수를 기록했는데 폐암 진단을 받고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작성 비중이 매우 높았다.

진단 이후 알고 싶은 다양한 치료 정보를 병원뿐만 아니라 온라인 창구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앞으로 치료를 맡겨야 할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병원(7,380건), 입원(7,380건), 진료(7,035건), 교수님(6,417건), 예약(3,703건) 등을 비롯해 신촌세브란스병원(1,577건) 서울아산병원(1,511건), 삼성서울병원(1,219건) 등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배경이다.

실제로 <xx병원 진료 후기 부탁드립니다.>, <항암이나 방사선 어느 교수님께 예약해야 할까요? 추천 부탁드려요>, <병원을 옮기려고 합니다. xx병원 VS xx병원 중 어디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xx병원 2인실, 6인실 환경 어떤가요?>, <xx병원 입원 대기 기간이 어떻게 되나요?> 등의 질문이 다수를 차지했다.

 

≫ 최적의 치료 옵션, 환자들의 '최대 관심사'

선별된 키워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 옵션선택과 관련된 것이었다.

방사선(5,878건), 진행(4,247건), 진단(4,183건), 전이(4,044건), 임상(3,824건), 면역치료제(3,503건), 가능(3260), 상황(3058), 효과(3025), 표적치료제(2,839건), 표준항암(2,838건), 처방(2,739건), 내성(2,571건), 뇌전이(2,381건), 외래(2,138건), 소견(2,127건), 뼈(1,940건), 판정(1,935)건, 종양(1,934건), 엑스레이(1,375건), 재발(1,360건) 등이 주요 키워드 목록에 오른 이유다.

그래서인지 <뇌전이 관련 치료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선암 3기 항암 및 방사선 치료 시작. 임상에 대해 여쭤봅니다>, <표적치료제 내성 후에 표준항암 효과 있을까요?> <타그리소, 지오트립 중 어느 것으로 시작을 해야 할까요?>, <면역항암제 효과가 없는데 이후 약제가 어떻게 되나요> <비소세포, 편평상피세포암에 적합한 면역항암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등 치료 효과에 대한 질의가 다수였다.

 

≫ 건강보험 ‘혜택 없는’ 최신 항암제…임상시험으로 ‘눈 돌리는’ 환자들

임상(3,824건)이 상당한 언급량을 기록했는데 임상시험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연간 1~2억 원 가량의 치료비(비급여)를 줄일 수 있는 것이 그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폐암 환자 절반 정도가 수술이 불가능한 4기에 발견되는데 효과가 좋은 항암제(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는 건강보험 혜택이 까다로워 경제적 여력이 높지 않으면 이를 선택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타그리소(2,125건), 변이(1,906건), 지오트립(1,884건), EGFR(1,591건), 키트루다(1,377건) 등의 키워드 역시 비용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3세대 표적항암제인 타그리소는 2017년 2차 라인으로 급여권에는 진입해 있지만 동양인 데이터 문제로 1차 치료제로 급여화 되지 못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역시 비슷한 처지다. 경제적 부담(비급여)과 치료 실익을 두고 많은 환자와 가족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키워드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 벼랑 끝 몸부림…“법 보다 생명이 먼저”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부작용이나 컨디션 회복 등과 관련된 문의에는 상태(4,630건), 통증(4,393건), 부작용(4,385건), 식사(2,267건), 진통제(1,906건), 운동(1,720건), 회복(1,193건) 등의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환자 가족들이 통증 경감과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되는 CBD 오일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마약류로 지정돼 있어 개인적 구매는 엄연히 불법임에도 <CBD오일 어떻게 구해야 할까요?>, <CBD오일 해외직구 후기 부탁드립니다> 등의 문의가 적지 않았다. 형사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겠다는 가족의 의지가 고스란히 읽히는 대목이다.

≫ 폐암 환자 가족의 ‘고뇌’, 결국 문제는 ‘돈’

병원 전원에 대한 게시글도 상당수 있었는데 시간(5,060건), 집(4,044건), 서울(3,712건), 예약(3,703건), 보호자(2,915건), 걱정(5,651건), 고민(1,749건) 등의 키워드의 등장 빈도가 높았다.

<서울 xx병원으로 전원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서류 알려주세요>, <집과 가족이 모두 대구에 있는데 서울로 가는 것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요?>, <서울로 전원 시 체류 비용 및 숙소 마련과 간병을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합니다> 등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 많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치료를 받으려는 경우가 압도적이었지만 경제적 이유, 보호자 상황 등 집안 사정으로 인해 지방 병원으로 전원을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길어지는 투병 기간과 환자의 상태 악화를 지켜보는 가족의 심정이 담긴 키워드도 언급 빈도가 높았다. 아빠(8,376건), 엄마(7,791건), 생각(6,670건), 남편(1,406건), 마지막(1,402건), 불안(1,341건), 사진(1,290건), 촬영(1,243건), 눈물(1,229건) 등의 단어가 주를 이뤘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을 준비하거나 돌아가신 분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는 내용이 많았다.

더이상 치료가 여의치 않은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가족들의 고뇌도 요양병원(2,471건)이란 키워드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일반 요양병원, 암 전문 요양병원, 호스피스 전문병원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았는데 결국 고민의 핵심은 ‘돈’이었다. 치료 과정에서 들어간 막대한 진료비와는 별개로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야 하는 만큼 환자와 가계 경제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사보험(약관, 범위, 보장 금액 및 기간), 산정특례, 환자 사망 이후 후속 절차(장례, 재산조회, 상속세, 유족연금 등), 간병 용품, 숙소, 의약전문지에 소개된 항암제(신약 포함) 관련 최신 지견 등의 정보도 온라인 상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