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환자의 목소리’ 현미경 해부 - 폐암 편 ②
2020.5~2021.4 국내 포털 9만 9517건 '암' 버즈량 분석
“타그리소는 그림의 떡”…커져가는 환자·가족의 절규
정책 변화는 난망…“현 급여시스템은 최선 아닌 차선”

EGFR 표적치료제. 타그리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전체 폐암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약 35~40%가 EGFR 변이를 가지고 있는 데다 효과도 좋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치료 옵션 중의 하나다.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있어 타그리소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절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지난 1년 간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EGFR 표적치료제 ‘타그리소’ 관련 게시글을 분석하는 특집을 기획했다. 분석에 포함된 게시글은 2020년 5월~2021년 4월까지 총 99,517개이다. 이 가운데 ‘타그리소’와 관련한 온라인 게시글의 주요 키워드를 추출, 환자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EGFR 변이가 발견된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금전적 부담을 최소하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매뉴얼은 정형화 돼 있다.

1차 라인에 있는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타세바(성분명 엘로티닙),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중 한 가지를 선택하고, 이후 내성이 생기면 T790M 변이 발견 유무에 따라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발견 시), 백금화화학요법(미 발견시)으로 가게 된다.

이처럼 치료 비용을 줄이는 길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만 환자와 가족은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이 보험급여 라인이 환자의 삶의 질을 담보하면서 기대 여명을 늘리는 최적의 치료 옵션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단을 받은 이후 진행되는 검사에서 EGFR 변이가 발견되면 환자와 가족의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어서다.

타그리소를 1차 항암제로 쓸 수 있는 기본 요건은 갖춰진 셈이지만 비급여라 한 달 600여 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데다 내성이 생기면 사실상 후속 치료옵션이 마땅치 않다.

(뇌, 뼈)전이가 있는 경우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타그리소가 타 약제보다 치료 효과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는데 비용 문제로 1차 라인 치료제를 먼저 사용할 경우 환자의 상태 악화를 배제할 수 없고, 향후 타그리소 자체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급여 1차 라인에 있는 약물로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타그리소를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내성으로 인해 1차 치료 종료 후 진행하는 조직검사에서 타그리소 보험급여 조건인 T790M 변이 양성률이 6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40%는 처방이 어렵다는 얘기다.

≫ 비급여 부담…‘현실직시 vs 치료효과’ 의견 팽팽

타그리소 관련 주요 키워드에는 이러한 상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내성(1,040건), 검사(997건), EGFR(719건), 변이(652건), 이레사(536건), 결과(535건), 표적(528건), 지오트립(490건), 뇌전이(488건), 비급여(301건), 타세바(285건), 급여(239건), 생존기간(158건), 저해제(131건) 등의 단어가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배경이다.

게시글을 살펴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분명해 진다. <1차 치료제와 타그리소의 차이점은 뭔가요?>, <타그리소를 1차로 사용하는 이유가 전이 때문인가요?>, <유전자 변이 없으면 타그리소 처방은 안되나요?>, <선생님이 타그리소 먹자는데 가격이 정말 부담스럽네요>, <타그리소를 1차로 쓰면 암보험 혜택이 안되나요?> 등의 문의가 주를 이뤘다.

특히 검사에서 EGFR 변이가 확인된 환자와 가족의 게시글이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의료진이 타그리소를 추천했는데 비급여라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는 점과 내성 이후 어떻게 치료 방향을 잡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러한 내용의 게시글에는 많은 답글이 달렸고,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환자마다 내성 주기와 치료 경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일단 타그리소 1차 사용에 찬성하는 쪽은 써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기회를 얻은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효과가 좋은 약을 먼저 사용하면 평균적으로 기대 수명도 늘어난다는 데이터가 있는 만큼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는 것.

또 1차 치료제 사용 후 타그리소를 쓰기까지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타 장기에 전이가 되면 나중에 후회가 밀려올 수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반대 입장은 현실을 강조했다. 폐암 투병은 길게 봐야 하는 마라톤인데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면 완주가 어려운 것은 물론 가계 경제까지 붕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1차 치료제에서도 내성 없이 장기간 치료 효과를 누리는 사례가 많고, T790M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이후 치료 옵션(타그리소)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환자나 가족 모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조언이 많았다.

≫ 후발주자 ‘렉라자’ 관심 多…타그리소 대체 기대감

최근에는 새로운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키워드에 녹아든 사례가 많았다. 가장 많이 언급된 ‘타그리소(2,710건)’와 ‘표적(528건)’이 포함된 게시글 상당수에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인 ‘렉라자’가 포함된 것.

<렉라자와 타그리소 치료 효과가 차이가 있을까요?>, <타그리소보다 더 빨리 급여가 될 것 같은데 중간에 약을 바꿀 수 있을까요?>, <타그리소 내성 오면 렉라자로 갈아탈 수 있을까요?>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기전과 성분이 궁금합니다> 등의 내용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또 비급여 처방과 관련해서는 병원(620건), 처방(422건), 교수님(408건), T790M(142건), 재발(131건) 키워드가 연관성이 높았다. 보통 타그리소를 급여로 처방받기 위해서는 T790M 변이가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변이와 상관없이 타그리소를 사용해보려는 환자의 가족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타그리소 비급여 처방 가능한 병원 없을까요?>, <T790M 변이 안나와도 처방해 주시는 담당 교수님 알려주세요> 등의 문의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됐고, 답글을 통해 관련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됐다.

타그리소 이후의 치료법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는데 내성(1,040건), 항암(978건), 임상(765건), 병원(620건), 부작용(461건), 교수님(408건), 표준(401건), 면역(297건) 등이 연관 키워드로 묶였다.

이는 내성 문제로 타그리소를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울 경우 표준항암치료나 면역항암제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치료 경과에 따라 옵션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환자와 가족들은 폐암 관련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문의나 전원 가능 여부를 묻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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