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제약바이오기업 50곳 판매관리비 해부(上)
영업활동 다시 ’기지개‘…직원 ‘활동비’ 전년대비 증가
대면 영업·마케팅 ‘재강화’…학술비 올 들어 23% 급증

코로나19 여파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제약바이오기업의 영업활동이 기지개를 피면서 지난해 대폭 축소된 판관비가 다시 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산업 전반에서 비용 절감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영업비에서 여비교통비는 줄고 지급수수료는 늘어나는 등 코로나 사태 이전 상황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개사(지주사 제외)의 3분기 보고서를 통해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이하 판관비)를 들여다 보고 이 중 기업별 활동비 현황을 해부했다. 단, 판관비 계정에 포함된 경상연구개발비는 제외 산정했다.

먼저, 이번 조사대상 50개 기업 가운데 올해 3분기까지 일반관리비가 늘어난 곳은 39개사, 감소한 곳은 11개사였다. 5곳 중 4곳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앞서 지난해 3분기 절반의 기업에서만(늘어난 곳 26곳, 줄어든 곳 24곳) 판관비가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수 기업이 올 들어 관련 비용을 늘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판관비 가운데 활동비(복리후생비, 학술비, 행사비, 회의비, 교육비, 여비교통비, 판촉비, 광고비)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총 41개사가 증가했으며 규모로는 약 2,375억 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영업활동이 재개되면서 제약사들이 활동비 지출을 본격화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활동비 지출은 기업별로 격차가 있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기업별로 수백억 원의 비용 지출이 나타난 것이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활동비 증가액 296억 원), 유한양행(277억 원), 휴온스(182억 원), 씨젠(172억 원), 보령제약(123억 원), 한미약품(120억 원), 하나제약(117억 원), 셀트리온(110억 원), GC녹십자(104억 원), JW중외제약(101억 원) 등이 활동 경비를 100억 원 이상 대폭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휴젤(93억 원), 동구바이오제약(82억 원), 광동제약(82억 원), 안국약품(78억 원), 명문제약(75억 원), 동아에스티(71억 원), 종근당(56억 원), 팜젠사이언스(52억 원), 일양약품(45억 원), 대웅제약(43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35억 원), 제일약품(34억 원), 대원제약(34억 원) 등도 활동비를 늘리면서 영업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주목할 점은 활동비 지갑을 연 제약사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보다 5% 이상 늘어난 29개사 가운데 활동비가 줄어든 곳은 메디톡스와 대화제약, 단 2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메디톡스의 경우 소송 건 감소에 따른 지급수수료 축소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대화제약도 실제 활동비 감소액은 5,500만 원으로 축소 폭이 미미했다.

이렇게 활동비를 늘리고 5% 이상 외형성장을 기록한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전년比 매출성장률 201.5%↑), 삼성바이오로직스(전년比 성장률 42.3%↑), 씨젠(40.6%↑), 바디텍메드(38.3%↑), 휴젤(28.2%↑), 녹십자웰빙(20.2%↑), 유유제약(15%↑), 삼진제약(14.7%↑), 종근당바이오(11.4%↑), 하나제약(11%↑), 팜젠사이언스(9.7%↑), 이연제약(9.7%↑), 대원제약(9.6%↑), 동구바이오제약(9.3%↑), 유한양행(9.1%↑), 보령제약(9%↑), JW중외제약(8.6%↑), 차바이오텍(8%↑), 대웅제약(7.8%↑), 명문제약(7.1%↑), 한미약품(6.8%↑), 고려제약(6.7%↑), 동화약품(6.5%↑), 현대약품(6.3%↑), 휴온스(6.2%↑), 안국약품(5.2%↑), 비씨월드제약(5.1%↑)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메디톡스(증감액 –137억 원), 디에이치피코리아(-20억 원), 경동제약(-8억 원), 영진약품(-6억 원), 코오롱생명과학(-6억 원), 화일약품(-3억 원), 대화제약(-1억 원), 신일제약(-1억 원) 등은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활동 경비를 여전히 축소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점은 활동비를 축소 시킨 상당수 기업들은 역성장을 겪거나 매출이 정체되는 현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디에이치피코리아(12.3%↓), 영진약품(9.9%↓), 제일약품(23.4%↓), 신일제약(2.7%↓)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또 활동비의 증가폭이 5억 원 내외로 적었던 신풍제약(6%↓), JW생명과학(9.7%↓), 일동제약(1.3%↓) 등도 외형 성장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허리 띠를 졸라매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비용 통제에 들어갔던 기업들의 경우 당장은 수 십억 원의 절감 효과를 봤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 <2021년 3분기 주요제약사 활동비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자료 출처=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개사(지주사 제외)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개사(지주사 제외)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작년 대수술 들어간 학술비, 올 들어 ‘제자리’로

제약업계는 작년 초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대면 행사를 줄이는 대신 온라인 행사나 비대면 엉업·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다수 기업들은 이 같은 이유로 판매·관리비 항목 중 행사비(학술비)나 회의비 등의 항목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올 들어 영업에서 온·오프라인을 접목시키며 학술비가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학술비를 공개한 곳은 총 5개 기업(동아에스티, 삼진제약, 한독, 하나제약, 광동제약)이었다. 이들 기업 모두 학술비를 늘렸으며 여기에 총 지출한 돈은 199억 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22.38%(45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들 5곳 기업 모두 지난해에는 관련 비용을 줄인 바 있다. 2019년 같은 기간(206억 원 지출)보다 평균 25.7% 대폭 절감시키면서 총 53억 원 규모의 비용을 세이브 했지만, 이는 올해 다시 45억 원이 늘어나면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 됐다.

작년보다 학술비 지출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동아에스티였다. 이 회사는 올해 학술비로 34억 원을 늘리면서 3분기까지 총 107억 원을 지출했다.

이어 한독(증가액 8억 원↑, 총지출 41억 원), 삼진제약(1억 원↑, 44억 원), 광동제약(1억 원↑, 4억 원), 하나제약(3,000만 원↑, 4억 원) 등이 학술비를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 미래 먹거리 논의 본격화…제약바이오, ‘회의비’ 증가세

올 들어 회의비 지출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 항목을 공개한 20개 기업 중 12곳이 관련 지출을 늘렸으며 비용을 줄인 곳은 8곳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는 전년보다 30억 원(13.86%↑)의 비용이 증가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3분기 회의비 항목을 공개했던 20개사 가운데 16곳이 이 비용을 줄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로나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자리 만들기에 적극적인 것.

회의비가 눈에 띄게 늘어난 곳은 대원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까지 관련 비용을 11억 원 늘렸으며 총 지출한 금액은 42억 원에 달했다. 이어 하나제약(7억 원↑, 26억 원), 한미약품(6억 원↑, 19억 원), 경동제약(5억 원↑, 23억 원), 휴온스(1억 원↑, 6억 원), 삼천당제약(1억 원↑, 10억 원) 등이 작년보다 1억 원 이상 회의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회의비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명문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썼던 관련 비용을 14억 원 축소하면서 올해는 9백만 원의 회의비만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명문제약이 기존 영업 방식을 지난해 외주 영업 체제인 CSO(판매대행)로 전환하고 인건비와 판관비 축소에 들어간 것이 회의비 감소의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522명이던 이 회사의 직원 수는 지난 9월 기준 315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회의비 감소액 2억 원, 총 지출 5억 원), 대화제약(1억 원↓, 6억 원) 등이 회의비를 축소시켰으며, 메디톡스, 비씨월드제약, 국제약품, 영진약품 역시 약간의 비용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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