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50개사 판매관리비 해부(下)
제약바이오기업, 교통비 1억원 늘렸더니…매출 15% 성장
코로나19, 대면영업 ‘올스톱’…접대비 늘려 ‘틈 노린’ 곳도

코로나19로 촉발된 대면영업의 올스톱 사태가 올 들어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제약바이오기업은 그 틈을 파고들면서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 대다수는 공격적인 영업 전개를 위해 ‘여비교통비’를 늘렸는데 이 비용이 1억 원 이상 증가한 14곳 모두 외형 성장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매출성장률도 15%에 달했다.

15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개사(지주사 제외)의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일반관리비 항목 중 여비교통비와 접대비를 분석했다.

먼저 여비교통비 지출내역을 공개한 48곳의 제약바이오기업은 올 3분기까지 총 1,270억 원 규모의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21개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대비 33억 원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급감했던 다른 활동비(복리후생비, 학술비, 행사비, 회의비, 교육비, 판촉비, 광고비)들이 올 들어 평균 10% 이상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여비교통비의 감소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특히 광고선전비의 경우 19%(증가액 652억 원) 증가했다는 점에서 영업 형태의 변화가 수치로 감지된 셈이다.

3분기(3개월)로 좁혀봐도 여비교통비는 총 412억 원 만이 지출돼 지난해 429억 원보다 17억 원 감소했다. 제약사 한 곳당 평균으로 보면 10억여 원에 못 미치는 비용을 교통비로 쓴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3분기에 투입된 524억 원보다 112억 원이나 줄어든 규모로 21% 절감된 수준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영업사원의 출장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선 최대 수백만 원까지도 선뜻 내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약을 팔려면 발로 뛰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비용은 코로나 사태 이전, 제약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평균 2%를 내외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반세기 이상을 이어온 국내 제약영업 트렌드가 감염병 확산으로 한순간에 격변했다. 올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여비교통비가 평균 0.88%로 쪼그라든 것. 이는 코로나 이전의 평년 수준보다 절반 아래로 줄어든 수준이다.

실제로 올 3분기(3개월)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여비교통비 항목이 늘어난 곳은 40곳 중 11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하나제약과 씨젠이 각각 7억 원과 2억 원이 늘었을 뿐이다. 나머지 셀트리온제약, 보령제약, 제일약품, 팜젠사이언스, 신일제약, 비씨월드제약 등의 경우 증가 금액이 1억 원을 밑돌면서 사실상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정도였다.

이처럼 상당수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신종 감염병 사태로 인해 올해 들어서도 여비교통비 지갑을 닫았다.

명문제약의 경우 올 3분기까지 교통비를 전년 대비 85%(-51억 원)를 줄이면서 9억 원 만을 관련 비용에 지출했다. 이 회사가 기존 영업 방식을 지난해 외주 체제인 CSO(판매대행)로 전환하고 영업직원을 구조조정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올해 경동제약(교통비 증감액 –17억 원, 전년比 50%↓), 대원제약(-12억 원, 18.6%↓), 영진약품(-7억 원, 36.1%↓), 일양약품(-6억 원, 17.5%↓), 경보제약(-3억 원, 22.7%↓), 안국약품(-3억 원, 18%↓), 대웅제약(-3억 원, 3.4%↓), 동아에스티(-3억 원, 6.9%↓), 대화제약(-2억 원, 8.8%↓), 일동제약(-1억 원, 3%↓), 고려제약(-1억 원, 3.7%↓), 국제약품(-1억 원, 4.4%↓) 등이 여비교통비 지출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 <2021년 3분기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활동비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자료 출처=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개사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개사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매출성장률, 교통비 늘린 곳 15%↑ vs 줄인 곳 1.9%↑ ‘극명’

코로나19로 마비된 대면영업의 틈을 노린 곳들도 있었다.

종근당(여비교통비 증가액 12억 원, 전년比 14.9%↑), 보령제약(11억 원, 24%↑), 하나제약(11억 원, 17%↑), 씨젠(9억 원, 91.6%↑), 제일약품(7억 원, 19.3%↑), 한미약품(7억 원, 6.8%↑), 셀트리온제약(4억 원, 66.9%↑), 유유제약(3억 원, 28.1%↑), 동화약품(3억 원, 11.7%↑), 삼진제약(2억 원, 7.7%↑), 팜젠사이언스(2억 원, 7%↑), 유나이티드제약(1억 원, 3%↑), 동구바이오제약(1억 원, 21.9%↑), 광동제약(1억 원, 3%↑) 등이 올 들어 여비교통비를 1억 원 이상 늘리면서 대면영업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주목할 점은 이렇게 여비교통비를 1억 원 이상 늘린 기업들의 경우 모두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들 14개사의 평균 매출성장률은 15%에 달했다.

반대로 교통비를 줄인 곳들은 외형이 쪼그라든 경우가 속출했다. 실제로 여비교통비 지출을 감소시킨 영진약품(매출성장률 9.9%↓), 경보제약(22.8%↓), 동아에스티(4%↓), 일동제약(1.3%↓), 국제약품(15%↓) 등이 매출이 역성장한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한편 이번 분석에서 여비교통비를 줄인 21개사의 평균 매출성장률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 제약바이오사 절반 이상 ‘접대비’ 축소…37곳 중 17개사 삭감

상당수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접대비가 새어나가는 것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출 내역이 공개된 37곳 중 절반에 가까운 17개사가 해당 비용을 줄인 것이다.

올 3분기까지 제약바이오 한 곳당 사용한 평균 접대비는 4억5,500만 원이었으며 37개 기업이 사용한 총 비용은 168억 원이었다.

대표적으로 접대비가 감소한 곳은 명문제약(접대비 증감액 –6억 원), 경보제약(-2억 원), 유유제약(-2억 원), 화일약품(-2억 원), 유나이티드제약(-2억 원), 하나제약(-1억 원), 삼천당제약(-1억 원) 등이었다.

반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이후 접대 규모를 더 키운 곳도 있었다. 동구바이오제약(접대비 증가액 4억 원), 비씨월드제약(3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2억 원), 팜젠사이언스(2억 원), 고려제약(2억 원), 일양약품(2억 원), 대웅제약(1억 원) 등이 관련 비용의 지출 규모를 늘린 정황이 수치로 확인됐다.

한편, 올 3분기까지 기업별 접대비 지출 규모를 보면, 하나제약(20억 원), 대화제약(16억 원), 팜젠사이언스(14억 원), 동구바이오제약(12억 원), 유유제약(11억 원), 고려제약(8억 원), 광동제약(6억 원) 등이 업계 평균(4억5,500만 원)치를 한참 웃도는 수준의 접대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