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1년 국내 제약사 80곳, R&D 투자 현황 해부(上)
유한·대웅·녹십자·종근당·한미·일동, R&D 1000억 대 지출
전체 66% 작년대비 투자↑…대형사 9.4% vs 중소사 8.4%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최악의 경영 환경에서도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액이 증가하면서 신약개발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조사대상 80곳 가운데 53곳에 해당하는 약 66%가 연구개발비를 작년보다 늘린 것이다. 이들의 R&D 총투자금액은 2조8,265억 원 규모로 늘어난 투자액만 2,780여억 원(전년比 10.9%↑)에 달했다.

국내 주요 대형제약사 가운데 연구개발비로 1,000억 원 이상을 지출한 곳은 셀트리온(2021년 R&D 투자액 4,304억 원), 유한양행(1,783억 원), 대웅제약(1,759억 원), 녹십자(1,723억 원), 종근당(1,635억 원), 한미약품(1,615억 원), SK바이오팜(1,148억 원), 일동제약(1,082억 원) 등으로 조사됐다.

다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평균 R&D 지출비율은 2020년 8.07%에서 지난해 8.66%에 그쳐 오름폭은 외형 성장에 비해 비교적 소폭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1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 제약사(바이오사 포함) 80곳의 R&D 투자 규모를 분석했다. 바이오기업의 경우 초기 연구개발비 지출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작년 매출 300억 원 이하 기업과 매출 대비 R&D 비율이 30%를 넘는 곳은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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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R&D 비중, 대형사 9.4% vs 중소사 8.4%

셀트리온과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000억 원 이상 대형제약사 20곳의 R&D 투자비율(연구개발비/매출)은 평균 9.39% 수준으로, 투자 규모는 2조355억 원에 달했다. 전년도(2020년) 지출액 1조8,236억 원(투자비율 9.26%)보다 약 2,119억 원의 돈을 더 쓴 셈으로 11.6%가 늘어났다.

다만, 이처럼 절대적인 R&D 규모를 늘리고도 평균 투자 비중이 적은 폭으로 증가한 데에는 매출 확대에 따른 외형 성장으로 연구개발비의 비율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들 대형제약사의 매출성장률은 23.8%에 달했으며 매출 증가 기업 수는 20곳 중 18곳이었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지난해 연구개발에 들인 돈만 996억 원으로 직전년(325억 원, 투자비율 14.4%)보다 671억 원이 대폭 늘어났지만, 비중 자체는 오히려 11%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의 매출이 전년보다 312%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또 셀트리온제약, 휴온스, SK바이오팜 등 매출 5,000억 원 미만의 중견 제약사 60곳의 평균 R&D 비율은 8.42%, 투자액은 7,910억 원으로 전년 7,249억 원(투자비율 평균 7.66%)보다 0.76%가량 늘어났다. 투자 규모로 보면 661억 원(9.1%↑)이 증가한 수치다.

≫ R&D 비중, 일동·대웅·동아ST·한미 ‘높고’ 광동·셀트리온제약 ‘낮고’

매출 5,000억 원 이상 국내 상위 제약사 20곳 가운데 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22.51%)이었다. 이와 함께 일동제약(19.31%), 대웅제약(16.67%, 별도기준), 동아에스티(16.66%), 한미약품(13.43%), 종근당(12.17%), 녹십자(11.2%), SK바이오사이언스(10.72%), 유한양행(10.56%) 등이 매출액에서 10%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었다.

반면, 매출 규모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한 곳도 있었다. 광동제약은 총 매출에서 1.5%(별도기준)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차바이오텍(2.19%), 한독(4.42%), 동국제약(4.77%) 등이 5% 미만으로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 전통 제약사 ‘체면 지킨’ 유한양행…R&D 투자만 2,000억 육박

유한양행은 지난해 1,783억 원을 R&D에 쏟아부었다. 전통제약사로는 가장 많은 돈을 R&D 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기술 수출로 인한 마일스톤이 유입되면 R&D에 재투자되면서 신약 성과를 이루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2020년 유한양행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당시 기술료 수취가 한몫했다.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 사이언스, 프로세사 파마수티컬社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합해 총 1,556억 원을 수취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 회사는 519억 원을 추가로 수취했고 4분기에는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기술료 등으로 133억 원을 장부에 올렸다.

특히 유한양행은 지난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국내 개발 31호 신약으로 허가받으면서 상업화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앞서 지난 2018년 얀센과 최대 12억 달러(약 1조3,300억원) 규모의 '레이저티닙'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회사의 향후 유력 파이프라인으로 기능성소화기질환(위마비증) 치료제 YH12852’가 미국 임상2A상을 진행 중이며 퇴행성디스크 치료제 ‘YH14618’도 미국내 임상2상,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YH25724’ 가 유럽에서 임상1상을 진행하면서 렉라자의 뒤를 이을 추가 신약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R&D 투자액은 셀트리온과 유한양행에 이어 대웅제약(1,759억 원), GC녹십자(1,723억 원), 종근당(1,635억 원), 한미약품(1,615억 원), 일동제약(1,082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996억 원), 동아에스티(988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919억 원), 씨젠(755억 원), 씨젠(332억 원) 등도 상당한 규모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사용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 외에도 HK이노엔(657억 원), JW중외제약(513억 원), 보령제약(391억 원), 제일약품(390억 원), 동국제약(246억 원), 한독(229억 원), 차바이오텍(159억 원), 광동제약(125억 원) 등도 100억 원 이상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R&D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곳도 셀트리온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304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셀트리온은 R&D 역량 강화를 위해 연간 매출액 대비 20% 내외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바이오시밀러의 파이프라인 확대, 항체의약품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항체바이오시밀러 제품으로 ‘트룩시마’(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혈액암 등의 치료제),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유방암 등의 치료제), ‘램시마’(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류마티스관절염, 궤양성대장염 등의 치료제), ‘유플라이마’(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치료제)의 품목허가를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후속 바이오시밀러와 코로나19 치료제 등을 개발하면서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후속 바이오시밀러 중 대표적으로 ‘CT-P16’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대장암 등의 치료제)의 경우, 지난해 9월 미국과 한국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유럽은 10월에 허가를 신청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외에도 ‘CT-P42’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황반변성 등의 치료제), ‘CT-P39’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천식 등의 치료제)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CT-P43’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건선 등의 치료제)과 ‘CT-P41’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골다공증 치료제)은 임상 1상 및 3상을 개시해 진행 중이다. 또 ‘CT-P47’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치료제)은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항체의약품으로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CT-P59)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지난해 9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11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로부터 각각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여기에 렉키로나 흡입제형 ‘CT-P66’과 다양한 변이에 중화능을 보인 ‘CT-P63’이 혼합해 흡입형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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