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1년 국내 제약사 80곳, R&D 투자 현황 해부(下)
삼천당·서울·신풍 투자비 ‘높고’ 화일·셀트리온제약 ‘낮고’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에도 예년보다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출 상위 대형사뿐만 아니라 중소형사에도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과거 일부 신약개발 바이오텍을 제외하면 R&D 투자는 대형사들에게 집중된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과거와는 다르게 생존 경쟁을 위해 규모와 관계없이 지갑을 풀고 있는 모양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1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 제약사(바이오사 포함) 80곳의 R&D 투자 규모를 분석했다. 매출 대비 R&D 비율은 정부 보조금을 합산해 본지가 동일한 기준으로 재산정했다. 바이오기업의 경우 초기 연구개발비 지출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작년 매출 300억 원 이하 기업과 R&D 비율이 30%를 넘는 곳은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000억 원 이상 셀트리온,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대형제약사 20곳의 R&D 투자비율(연구개발비/매출)은 평균 9.39% 수준으로, 투자 규모는 2조355억 원에 달했다. 전년도(2020년) 지출액 1조8,236억 원(투자비율 9.26%)보다 약 2,119억 원의 돈을 더 쓴 셈으로 11.6%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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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편에서는 매출 5,000억 원 미만 제약사 60곳을 대상으로 살펴봤다. 이 결과, R&D 투자비율은 평균 8.42% 수준으로 투자 규모는 7,9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지출액 7,249억 원(투자비율 7.66%)보다 약 661억 원을 더 사용했다.

특히 중견 제약사들은 수익성 부진을 겪었음에도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조사대상 60곳 중 21곳이 영업적자였으며 영업이익이 줄어든 곳도 20곳이나 나왔다. 10곳 중 7곳이 수익성 악화를 겪은 것인데, 오히려 R&D 투자를 확대한 기업 수는 36곳에 달했다. 10곳 중 6곳에서 R&D 투자를 늘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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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D 비중, 삼천당·서울·신풍 ‘높고’ 대한·화일·셀트리온제약 ‘낮고’

지난해 매출 5,000억 원 미만(최소 300억 원 이상 매출) 국내 제약사 60곳 가운데 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진원생명과학으로 29.56%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삼천당제약(27.87%), SK바이오팜(27.43%), 메디포스트(21.42%), 서울제약(16.53%), 신풍제약(16.01%), 파미셀(15.07%), 비씨월드제약(15%) 등이 높은 비율을 유지했다.

이외에도 부광약품(14.89%), 한올바이오파마(14.63%), 메디톡스(14.37%), 삼진제약(12.12%), 휴젤(11.85%), 유나이티드제약(11.77%), 대화제약(11.73%), 에스티팜(11.46%), 안국약품(10.93%) 등이 매출액에서 10%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었다.

반면, 매출 규모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한 곳도 있었다. 바이넥스는 총 매출에서 0.29%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대한약품(0.47%), 화일약품(0.69%), 셀트리온제약(1.81%), 디에이치피코리아(1.94%), 일성신약(2.05%), 삼일제약(2.22%), 팜젠사이언스(2.22%), 조아제약(2.8%), 명문제약(3.01%), 경남제약(3.07%), 대한뉴팜(3.1%), JW신약(3.15%), 진양제약(3.66%) 등은 4% 미만으로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 삼천당·대원·삼진·신풍, R&D에 300억 이상 '투척’

중견사 중 R&D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곳도 SK바이오팜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48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를 2020년 미국에서 출시했고 이어 적응증 확장을 위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희귀질환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글로벌 임상 3상에 착수했고 희귀신경계질환 치료제 ‘렐레노프라이드’와 ADHD(집중력장애), 조울증, 진행성 고형암 등의 신약도 개발 중이다.

삼천당제약도 466억 원을 R&D에 쏟아부었다. 회사는 안구건조증 복합제 등 개량신약 개발과 황반변성을 치료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을 추진하면서 많은 돈을 투자했다. 특히 습성황반변성 및 당뇨병성황반부종을 적응증으로 하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CD411'은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3분기 임상이 완료될 예정으로 2023년 품목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대원제약(320억 원), 휴온스(309억 원), 삼진제약(303억 원), 신풍제약(303억 원) 등이 300억 원 규모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사용했다.

대원제약은 특화된 신약(고지혈증, 자궁근종, 폐암, 당뇨)과 개량신약(내분비계 염변경 등)의 독자적 개발에 초점을 맞춰 2년 연속 3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가 들어갔다.

휴온스는 보툴리눔 톡신 'HGB1-001'의 상지근육경직(임상3상 IND 승인), 미간주름(임상1상), 양성교근비대증(임상2상)을 치료하는 생물의약품으로의 적응증 확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9월 연구센터를 신축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알리고 있다. 현재 안구건조증 신약 ‘SA001’(임상 2상), 항암제 ‘SJP1604’(임상 1상) 등이 진행 중이고 에이즈 치료제는 미국 FDA에서 IND 승인 후 임상 1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휴젤(290억 원), 일양약품(288억 원), 부광약품(271억 원), 메디톡스(266억 원), 유나이티드제약(260억 원), 바이오니아(200억 원), 에스티팜(190억 원), 동화약품(188억 원), 안국약품(179억 원), 바디텍메드(156억 원), 한올바이오파마(149억 원), 영진약품(146억 원), 동구바이오제약(140억 원), 대화제약(137억 원), 경보제약9130억 원), 메디포스트(118억 원), 진원생명과학(114억 원), 경동제약(105억 원), 이연제약(100억 원) 등이 100억 원 이상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 ‘위기가 기회’…10곳 중 6곳, 신성장동력 확보 ‘총력’

지난해 예년보다 연구개발비를 늘린 곳은 전체 60곳 가운데 36개사에 달했다. 조사대상의 약 70%가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수익성 부진을 겪었던 만큼 10곳 중 6곳은 연구개발 투자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 중 삼천당제약(증가액 224억 원), 신풍제약(124억 원), 에스티팜(59억 원), SK바이오팜(57억 원), 부광약품(44억 원), 알리코제약(44억 원), 휴온스(44억 원), 서울제약(40억 원) 등이 지난해보다 40억 원 이상 지출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적자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도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모양새였다.

대표적으로 153억 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한 삼천당제약은 지난해보다 연구개발비에 224억 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결국 R&D 투자 확대로 인해 영업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와 함께 신풍제약(영업손실 143억 원, R&D 증가액 124억 원), 서울제약(손실 57억 원, R&D증가 40억 원), 종근당바이오(손실 114억 원, R&D증가 24억 원), 메디포스트(손실 52억 원, R&D증가 22억 원), 명문제약(손실 59억 원, R&D증가 17억 원), 팜젠사이언스(손실 50억 원, R&D증가 12억 원) 등도 R&D 투자가 영업적자를 확대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조사대상 중 메디톡스는 R&D 투자에 전년보다 71억 원이 줄어든 266억 원을 지출하면서 R&D 비율이 23.94%에서 14.37%로 가장 많은 비율로 폭이 줄었다.

이외에도 일양약품(감소액 56억 원), 휴젤(50억 원↓), 아이큐어(39억 원↓), 영진약품(18억 원↓), 경보제약(16억 원↓), 현대약품(15억 원↓), 대화제약(15억 원↓), 한국파마(13억 원↓) 등도 지난해보다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를 10억 원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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